「데모」학생 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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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개헌반대「데모」학생 주동자들에 대한 징계 조처로 이미 5개 대학에 걸쳐 65명이 처벌을받았는데, 며칠 전 대구고교는 「데모」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1명의 학생을 제적하고 15명을 무기정학에 처했다. 지난 6∼7월에 벌어졌던 개헌반대「데모」에 앞장섰던 학생들에 대해 이미 「데모」사태가 가라앉은 방학중에 새삼스럽게 학교당국이 가혹한 징계를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처사인지에 관해서는 벌써부터 사회적 물의가 컸던 것이나, 이제 철부지 고등학교학생에 대해서 마저 엄중한 처벌을 가하게 된데 이르러서는 더욱 더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월여전에 벌어졌던 개헌반대학생 「데모」가 한동안 학원과 거리를 소란케하고 우리사회를 긴장케 한 것은 부인치 못할 사실이다. 그러나 이「데모」는 작게는 공화당이 개헌문제에 대해서 불투명한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며, 크게는 정치집단이 개헌문제같이 중요한 정치문제를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짓지 못했기 때문에 그 반발로 일어났던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데모」를 벌인 것이 비록 학생들이라 하더라도 그들로 하여금「데모」를 벌여 소란스러운 사태를 조성하게 만든 원천적인 책임은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에게 있는 것이다. 지금 이들 정치인 가운데에는 보기에도 추잡한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경향이 있고, 또 정치가 이성 아닌 감정의 저차원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판국에 마치 모든 책임이 「데모」를 벌인 학생에게만 있기나 했던 것처럼 가혹한 징계를 일삼고 있는 것은 본말을 뒤엎는 처사라고 하지않을 수 없다.
학생징계는 총·학장이 교수회의의 동의를 얻어 취해진 것이라 한다. 그러나 그 배후에 당국의 은연한 지시가 있었으리라는 것은 세인이 다 알고있는 사실이다. 「데모」학생징계문제를 떠나서 여기서 당연히 문제가 되는 것은 학생들의 진입학·퇴학·졸업, 그리고 징계사항은 모두 총·학장의 권한에 속하는 것인데, 학원자유수호에 앞장서야할 총·학장이 당국의 지시라면 덮어놓고 유유순종할 정도로 무력한 존재로 타락하고 말았는가, 또 평소에는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총·학장의 한낱 자문기관에 지나지 않는 「교수회의」라는 것이 유독 학생처벌을 하는데 있어서만 총·학장과 책임을 나누기 위해 동원되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학원자치의 권위가 떨어진지는 이미 오래이다. 그러나 마치 정부당국의 수족처럼 전락한 총·학장과 그 총·학장의 「방탄조끼」로 전락한 「교수회의」를 가지고 어떻게 학생을 교육하고 자주성을 가진 시민을 육성해 나가겠다는 것인가 근본적인 반성이 있어야만 하겠다. 총·학장은 정부나 재단의 임명을 받았다 하지만, 외부로부터의 압력으로부터 학원과 학생을 보호할 기본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당국의 지시가 범법을 한 학생에 대한 처벌이니,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변명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데모」에 앞장선 학생이 절대로 파렴치범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정치참여의 일환으로서 행한 행동이라면, 이들에 대한 처벌이나 훈도 역시 정치적으로 관대히 다루어 나가야할 것이다. 더군다나 미성년을 다루는 고교당국이 학부형에 대신하여 미성년자를 보호할 책임을 망각하고 가혹한 처분에 앞장선다는 것은 교육기관으로서 본연의 사명을 어겼음은 물론, 미성연자보호의 정신자체를 어긴것이라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데모」가 범람했던 월여전의 상황과 박대통령의 7·25 특별담화가 발표된후의 오늘의 상황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문제의 7·25담화는 개헌문제를 정치적영역으로 압축해 들어가기 위해 공화당과 국민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이전 혼미한 상태속에 벌어진 학생들의 「데모」는 일절불문에 붙이도록 하는 것이 학원정상화를 위해서도, 정치분위기 완화를 위해서도 현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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