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리그 플레이오프제의 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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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퍼시픽리그의 경기 당 평균 관중 수는 약 22,000명에 머물렀으며 총 관중 수는 920만명에 그쳤다. 2002년 센트럴리그의 총 관중 수가 약 1324만명이었으므로 인기에서 센트럴리그에 완전히 밀린 셈이다.

일본의 인구가 약 1억3천만명으로 한국보다 2.5배 이상 많다는 걸 감안해보면 퍼시픽리그의 입장관중 감소는 분명 심각한 문제다. 93년 FA제 도입 이후 퍼시픽리그의 주요선수 유출은 급격히 늘어났다.

전성기에 센트럴리그로 넘어간 선수들을 살펴보면 구도 (요미우리), 기요하라 (요미우리), 고미야마 (요코하마), 와카타베 (요코하마), 다케다 (주니치), 도밍고 마르티네즈 (요미우리), 오치아이 히로미츠 (주니치), 요시이 (야쿠르트), 이시이 히루 (요미우리), 가와모토 (요미우리), 고이케 히데오 (주니치), 로드니 페드라자 (요미우리), 스즈키 켄 (야쿠르트), 시모야나기 (한신), 오가와 (요코하마) 등 굵직굵직한 선수들이 널려있다.

퍼시픽리그에서 해외진출한 선수들도 이치로 (시애틀), 노모 (LA), 하세가와(애너하임), 이라부 (양키즈), 다구치 (세인트루이스) 등으로 적지않다.

반면, 센트럴리그의 주력 선수유출을 살펴보자면 해외로 떠난 선수는 신죠 (메츠), 마츠이 히데키 (양키즈), 이시이 가즈히사 (LA) 3명이며, 센트럴에서 퍼시픽으로 옮긴 주요 선수들도 네이선 민치 (롯데), 가도쿠라 (긴데츠), 요시오카 (긴데츠), 야마사키 (오릭스), 토모리 데니 (요코하마), 신도 (오릭스), 츠보이 (니혼햄)등
선수 숫자, 이름값이나 활약상을 봐서도 퍼시픽리그의 출혈이 훨씬 크다.

위기에 봉착했다고 판단한 퍼시픽리그는 빠르면 2004년부터 플레이오프제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1위 팀만 우승하는 기존체제에서 벗어나 2,3위 팀도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 팬들의 흥미를 돋구자는 의도로 볼 수 있다.

73~82년 퍼시픽리그는 전기, 후기리그를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플레이오프 도입은 전.후기리그가 아니라, 풀 시즌을 치른 후 2,3위 팀간 플레이오프를 해 그 승자가 1위 팀과 맞붙어 리그우승자를 가린다는 방침이다.

기본전력이 탄탄한 다이에는 이 새로운 제안을 반대하고 있고, 자력우승은 어렵다 보는 긴데츠와 오릭스가 적극찬성하고 있어 이채롭다.

분명 지금까지의 일본리그는 각 리그 1위 팀만 저팬시리즈에 올라가게 되어있어 올라가지못하는 나머지 팀들 팬의 흥미가 시들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페넌트레이스 중 리그 1위 팀이 확정되면 그 이후 시합은 소화해야 하는 의무시합으로 긴장감이 떨어지고 타이틀 경쟁에 치중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스타급 플레이어들이 대거 떠난 퍼시픽리그의 3위 팀까지 저팬시리즈 도전권을 주면 리그의 긴장감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있다. 3위에게도 도전기회가 있다는 것은, 바꾸어 해석하면 정규시즌에서 전력을 다하지않고 3위권 진입만 목표로 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오릭스, 롯데, 니혼햄 등 퍼시픽리그 하위권 팀들의 경쟁력이 약해 상위 3개 팀들을 쉽게 내다볼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결정적으로, 퍼시픽리그 관중감소의 근본원인은 리그 1위 팀만 저팬시리즈에 올라가는 제도때문이 아니라, 리그에 스타급 플레이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제도로 따진다면 센트럴리그도 마찬가지다.
결국 근본적으로 취해야 할 길은 단 하나, 인터리그 시행이다.

현재 일본 팀들은 상대팀과 28번을 상대한다. 한 팀과 19번 상대하는 한국과 비교해봐도 일본리그는 같은 상대를 너무 자주 만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데이터분석에 치우치게 되는 게 사실이다.

페다지니와 마츠자카, 우에하라와 카브레라 같은 최고선수들의 대결을 볼 수 없다는 것도 일본야구의 가장 큰 단점이다.저팬시리즈와 올스타게임을 할 때 양 리그 선수들이 만나긴 하지만그것만으로 서로의 실력을 비교하기엔 샘플이 너무 적다.

퍼시픽리그에선 전부터 인터리그를 요청해오고 있지만, 센트럴리그 측에선 흥행에 저해가 된다면서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센트럴 구단에선 흥행을 위해선 요미우리와 자주 경기를 가져야하는데, 인터리그를 해서 요미우리와의 경기가 줄어들면 관중동원에서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때문이다.

인터리그의 시행없이 퍼시픽리그가 플레이오프제 도입만으로 관중증가를 도모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현부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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