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왼손투수 류택현(42)은 느린 공으로, 짧은 이닝을 소화한다. ‘속도’와 ‘길이’를 중시하는 프로야구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이제 류택현이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프로야구 기록이 바뀐다.
류택현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와의 경기에서 1-1로 맞선 9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괴물 신인 나성범(24)의 타석. 류택현은 135㎞짜리 느린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133㎞의 더 느린 직구(볼)로 나성범을 유혹했다. 129㎞의 슬라이더와 107㎞ 커브가 천천히 날아왔다. 나성범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공 4개로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은 류택현은 미련 없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류택현은 필승조다. 이동현(31)과 봉중근(33)이 연이어 마운드에 등판해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병규(39·등번호 9)는 4타수 4안타를 치며 개인통산 1900안타(4번째)를 채웠고, 최근 9연타석 안타로 이 부문 타이기록을 세웠다. 10회 말 이진영(33)은 1사 1·2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쳤다. LG는 2-1로 이겼 다.
류택현은 1971년생이다. 현역 중 최동수(LG)와 최향남(KIA)이 류택현의 동갑내기 친구다. 그들은 모두 2군에 있다. 조카뻘 되는 후배들과 경쟁하 고 있다.
류택현은 “내겐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올해가 가기 전 900경기 등판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투수 부문 역대 최다 출장 기록(9일 현재 872경기) 보유자다. 또 다른 목표는 통산 최다 홀드(마무리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길 때까지 팀 리드를 지킨 불펜투수에게 주는 기록) 달성이다. 최초 통산 100홀드의 주인공이 류택현이다. 류택현은 지난겨울 입대한 정우람과 함께 프로야구 최다 홀드 타이 기록(117개)을 보유 중이다. 한 개만 더 추가하면 통산 최다 홀드 기록을 되찾아 온다.
넥센은 롯데를 3-1로 꺾고 이날 SK에 3-9로 패한 1위 삼성을 0.5게임 차로 추격했다. 두산은 한화에 5-0으로 승리했다.
김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