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뻥튀기, 활동비 멋대로 … 아파트 관리비가 줄줄 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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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 A아파트는 지난해 노후 배관 교체 공사를 했다. 공사비만 1억7700만원이었지만 경쟁입찰에 부치지 않았다. 대신 200만원 단위로 공사비를 쪼개 무자격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 지침’에 따르면 공사비 200만원을 넘을 경우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

 F 아파트 단지는 최근 3년간 입주자대표회의 이사 및 소위원회 활동비로 7240만4000원을 지급했다. 아파트 관리규약상 업무추진비는 입주자 대표회장과 감사에게만 지급할 수 있다. 규약에 없는 활동비는 주민들이 부담한 관리비에서 지급됐다. 이 단지는 장기수선충당금(주요 시설 교체를 위해 적립하는 비용)과 관리비를 구분하지 않고 집행하기도 했다. 최근 조경시설물을 교체하면서 이 비용 1억7357만원을 관리비에 부과했다. 조경시설물 교체 등 시설비는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집행해야 한다.

 서울시는 8일 ‘아파트 관리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6월 한 달 동안 서울 시내 11개 아파트 단지를 조사한 결과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입에 다 담기도 어려운 여러 부정들이 있었다”고 말할 정도 였다.

 무자격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고 공사비를 부풀린 곳이 가장 많았다. B단지는 2011년 소방시설 공사 자격이 없는 업체에 1억4977만원의 상당의 소방 시설 공사를 맡겼다. 결국 부실시공으로 이어졌다. C단지는 방수 및 재도장 공사 입찰 과정에서 특정 회사가 낙찰받 도록 했다. 낙찰받은 공사비는 인근 아파트 보다 1억1000만원이 더 비쌌다. 공사비 과다 청구는 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으로 이어졌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비 등을 쌈짓돈처럼 사용한 곳도 있었다. K아파트는 인접 공사장에서 소음 및 분진 피해 보상비로 1억5000만원을 받았지만 이를 주민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대책위원회 활동비로 사용했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를 통해 적발된 총 168건의 위반 사례에 대해 ▶수사 의뢰(10건) ▶행정지도(73건) ▶시정명령 및 과태료(83건) ▶컨설팅 및 영업정지(2건) 등 조치를 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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