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당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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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야당의 당수를 끔찍이 위해주는 나라는 역시 영국이다. 이나라만은 야당이라는 말의 첫머리를 꼭 대문자로 쓴다.-Opposition이라고. 말하자면 하나의 제도적 예우라고나 할까.야당을 목의 가시 처럼, 이마의 혹처럼 생각하는 정치풍토와는 실로 거리가 멀다.
야당을 그대로정부조직으로서의 한 「멤버」로 꼽는 것이다. 그러니까 널리 생각하면 영국을 지탱하는 정부는 그안에 정부기구의 일부로서 현내각의 정책을 비판하는 야당이 떡 버티고 앉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야당의 당수는 그야맡로 「정신적 수상」이다. 1939년, 그러니까 30년전부터는 법률로써 야당당수에겐 국고금등에서 봉급을 지급한다. 수상과 똑같은 월급장이가 되는 것이다. 다만 수상으로서의 실권만 없을 뿐이지, 그밖에 예우는 꼭같다. 오히려 야당이라고 대접은 더 극진한 편이다.
우선 의회에 나타나면 의회의 의전담당관들이 법석을 부린다. 길을 터주고, 이리 저리 안내를하며 사방에서 머리들을 조아린다.
「처칠」 수상은 야당당수 「휴·게이츠켈」이 등단하면 잠깐 기립했다가 앉는것이 상례였다. 그뚱뚱한 몸집으로 「게이츠켈」 등단과 하단때에는 틀림없이 존경의 몸짓을 했다. 설령 어느편의 발언이 과격해도, 그가 바로 당수일때는 함부로 소란을 피우지 않는다. 잠잠하게 앉아 경청하는 것이다. 이것은 법률에서 요구한 것이 아니다. 하나의 보이지 않는 실례로 통한다.
미국이나 독일은 영국처럼 뚜렷한 비유를 할수는 없다. 연방제도가 견고하기 때문에 한 정당이 중앙정부와 더불어 모든 주정부까지는 지배하기 힘든다. 그러나 독일은 하도 군주정권에 데었기 때문에 야당의 존재는 누구나 대견한것으로 여긴다. 당수의 행차엔 으례 짜임새있는 정부의 경호가 따르며, 누구나 최고의 존칭을 쓰지않으면 안된다.
한국의 야당당수는 어떤가. 23일 전박사는 6개월만에 처음으로 의회에 출석, 좀처럼힘든 등단까지 했었다. 그러나불과 20분미만의 발언도중 3회나 부의장의 「경고」 를 받았고, 끝내는 그발언이 중단까지 되고 말았다.
단하는 야유와 폭언과 격함직전의 상황-.
의회의 인격은 민주주의의 품격과도 상통한다. 우리의 현실은 바로 그 의회의 인격회복에서부터 이성을 찾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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