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안대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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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두 청년의 파안대소는 18일 하오의 김포공항을 울먹이게 했다. 이들은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미소 중에서도 가장 큰 미소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늘을 끌어안을 듯이 두 팔을 벌리고 목이 멘 소리로 만세를 불렀다.
방금 「캄보디아」에서 석방, 이들은 「홍콩」을 거쳐 귀국하는 길이다. 작년1월31일 월남의 「메콩·델터」지역에서 「베트콩」에게 납치되어 죽음의 행진을 하던 주인공들. 그들은북괴로 강송되던 길목에서 결사의 탈출을 했었다.
어간엔 아슬아슬한 무용담도 있다. 이송도중 「베드콩」경비원을 일격에 때려 누인 이야기. 바로 박소위는 태권도 5단이었다고 한다. 이들 두 청년은 태권도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인간은 실로 암흑과 절망속에서도 정신력만 잃고 있지 않으면 섬광같은 희망을 발견할수 있다는 하나의 교훈을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절망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이 방황하던 지역은「캄보디아」영내였던 가보다. 「캄보디아」는 난데없이 이들에게 간첩죄를 적용, 6년형을 내렸었다.
이번에 정부가 십분 발휘한 외교솜씨는 점수를 줄 만하다. 국민의 최후 한사람에게까지생명을 보호해 준 그 도령 말이다. 조국에 대한 감동, 애국심의 보람, 국적에 대한 긍지는 결국 무엇에서 우러나오는 것인가. 국가의 그와 같은 신뢰감이다.
만사가 이런 관심과 집요한 노력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오죽이나 좋겠는가. 사회는, 그리고 나라는 훨씬 밝고 즐거울 것이다. 위정자는 새삼 가슴깊이 느끼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보이지 않는 그늘 속의 국민, 그들의 조그만 숨소리, 기침소리에도 국가는 끊임없이 마음을 써야 할 것이다. 나라의 고마움은 폭 넓은 것에서부터 그 하찮은 일들에 이르기까지 고루 도량을 베푸는데 있다.
또 하나의 교훈이 있다면 국제외교의 무대에선 『영원한 적도 없으며,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아이러니」이다. 「캄보디아」는 엊그제만 해도 우리의 비위에 거슬리는 나라였다.김귀하 망명실패사건은 지금도 우리에겐 악몽같다. 그러나 이번엔 의외로 한국청년을 석방했다. 외교는 이처럼 미묘하고 예측할 수 없는 미로의 그것이다. 이번 박·채씨 석방사건은 정치외교상 하나의 「심벌」로 될 수도 있다. 외교는 「백발성성한 노신사의 「매너」와도같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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