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사고] 한·미 조사단 블랙박스 공동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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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사고가 난 아시아나 여객기 승객 중 일부가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여객기 사고 소식에 해당 비행편 탑승객의 가족들은 애타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딸이 사고기 탑승 승무원인 홍석보(56)씨는 7일 서울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직접 찾았다. 그는 “오전 7시쯤 본사에서 ‘비행기가 파손됐지만 승무원인 딸은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전화를 받지 않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달려왔다”고 말했다. 피해자가족센터 옆에 설치된 항공사 대기실엔 직원 6~7명이 승객 가족들의 전화를 받았다. 일부 피해자 가족은 이날 오후 직접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항공 업무를 맡는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각 정부 부처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국토부는 이날 오후 1시30분 사고조사반 6명을 현장에 보냈다. 조사반은 8일 0시30분(현지시간 7일 오전 7시30분)에 도착했으며,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함께 조사를 벌였다.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지역 국가는 자국 법 허용 한도에서 진상 조사를 시작하게 돼 있다.

 조사반은 우선 현지에서 이정민(49) 조종사 등 승무원에 대한 대면 조사를 진행했다. 직접 진술을 들으며 NTSB의 조사 내용도 함께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블랙박스 분석도 동시에 이뤄진다. 사고 당시 공항과 주고받은 음성이나 비행기 내 기록장치를 통해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블랙박스 분석 기간은 보통 6개월~2년이다.

 금융위원회는 피해 승객 보상 업무를 지원하기로 했다. 수화물 보상금은 최대 205만원이고, 다친 승객에 대한 보험금은 부상 정도와 치료비에 따라 달라진다. 박정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사고 항공기는 23억8000만 달러(약 2조7000억원)짜리 보험에 가입돼 있어 금전적 피해 보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망자 가족들은 오열했다.

 “두 사람은 얼싸안고 통곡을 했으며 더 이상 삶의 의미가 없다고 했다.”

 중국신문주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는 7일 오후 중국 저장(浙江)성 진화(金華)에서 딸 왕린자(王琳佳·17) 사망 소식을 들은 부모의 모습을 이같이 전했다. 왕의 부모는 사망 소식에 끝내 실신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은 왕과 다른 한 명의 학생이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저장성 장산(江山) 중학(고교과정 포함)에 다니는 고등학생으로 여름방학을 맞아 미국 현지 대학 탐방 프로그램에 참석하려다 변을 당했다. 두 학생은 8일부터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LA캠퍼스와 버클리 캠퍼스, 스탠퍼드 대학 등을 방문하고 영어연수도 받을 예정이었다.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사망자에 대한 애도와 부상자에 대한 쾌유 기원이 하루종일 넘쳤다.

 한편 사고 항공기 OZ214편에는 291명의 승객 중 한국인(77명)보다 중국인들(141명)이 두 배 가까이 타고 있었다. 우리나라를 경유하는 게 직항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자국민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깊은 관심을 표시했으며 외교부와 주미 중국대사관,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총영사관 등에 부상한 중국민을 치료하는 데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이 전했다. 시 주석은 또 한국 측과 연락을 유지하면서 사후 대책 문제 등을 적절히 처리하라고 당부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세종·인천=최선욱·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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