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시간 지나면 치료불능 … 조기 발견·대응이 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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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2차 성징)가 비정상적으로 빨리 시작되는 성조숙증 어린이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성조숙증 어린이는 2만8000명으로, 5년 전에 비해 4.4배 증가했다.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은(사진) 교수는 “어린 나이에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으면서 우울증·왕따 등의 문제를 경험하는 아이가 많다. 성조숙증을 조기 치료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성조숙증은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이 대부분이다. 이 교수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호르몬 분비, 환경 변화, 스트레스, 비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성조숙증을 유발한다”며 “드물지만 뇌종양· 뇌성마비 같은 뇌 병변과 갑상선저하증, 난소 종양 등 특정 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조기 성장한 경험이 있어도 자녀가 성조숙증일 확률이 크다.

외부 자극으로 성호르몬이 과잉 분비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몸에 좋다고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성분이 들어 있는 석류 관련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했다가 가슴이 갑자기 커져 병원을 찾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은 어린 나이에 사춘기를 맞이한다는 게 문제다. 이 교수는 “만 8, 9세 이하의 정신연령에 몸만 어른이 되는 것이다. 또래와 다른 자신의 모습을 아이가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저신장이다. 성조숙증 아이의 부모는 흔히 ‘성장이 빠르므로 키도 많이 크겠지’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그 반대다. 성장이 빠른 만큼 성장판이 조기에 닫혀 키 크는 기간이 줄어든다. 저신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성조숙증 치료는 또래와 성장 속도를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춘기 지연 치료가 대표적이다. 주사로 성호르몬을 자극하는 성선 자극 호르몬 방출을 억제한다. 성호르몬 분비가 감소돼 여아는 유방이 작아지고 월경이 사라지며, 남아는 고환의 크기가 작아지고 발기나 공격적인 행동이 줄어든다.

이때 키 성장이 더디거나 최종 성인 키가 우려되면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병행한다. 이 교수는 “키가 경쟁력으로 꼽히는 시대다. 성장호르몬 치료를 통해 키가 작은 채로 성장이 멈추는 것을 방지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투약이 간단한 전자식 기기가 나와 집에서 간단하게 허벅지·엉덩이에 성장호르몬을 주사하기도 한다. 주삿바늘이 숨어있으며 위생적이고 자동으로 투약 용량이 조절된다.

성조숙증은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성장이 다 진행된 뒤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기본적인 신체 측정이나 성장판 검사로 성조숙증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여아는 초등학교 1학년, 남아는 3학년 전에 성조숙증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비만인 경우 신체 변화가 살에 가려 눈에 띄지 않으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부모가 빠른 성장을 경험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콩나물과 달걀을 먹으면 안 되고 밥 대신 율무를 먹으라는 등 인터넷에 떠도는 신빙성 없는 정보에 의지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어 “인스턴트 음식을 피하고, 고른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예방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곧 성조숙증의 예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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