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학생 설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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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며칠 전 「버스」속에서의 일이다. 『학생 중 좀 보여주시오.』 이건 경찰관의 요구가 아니라, 학생회수권을 지불한 나에게 대한 차장 아가씨의 명령이었다. 16연간의 학생생활을 통해서 별로 사용가치를 느껴 보지 못하던 중 비로소 학생증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선뜻 내어주니 2∼3 분간의 긴 검열 끝에 하는 아가씨 말씀, 『○○년도 것이네.』 도대체 어이가 없는 일이다. 생년월일 난의 숫자를 보고 발행연도로 생각한 모양이다.
가뜩이나 묵은 입학에다 군대생활 3년만에 유일하게 얻은 인생계급장(주름살) 일등병은 차장으로 하여금 서적 외판사원으로 간주하기에 알맞으리라.
강의실 맨 뒷자리에서 의붓자 식인양 눈총을 받아가며 텅빈 머리속에 밀린 진리를 억지로 넣기도 바쁜 데향토예비군 교육일은 왜 그다지 빨리 돌아오는지? 오히려 군대 생활이 그리워질 때가 있을 정도인데 개다가 차장아가씨의 눈총까기 받아야 한다면 노학생의 설음은 마냥 늘어만 가겠지. <서울 시성동 구당현동286의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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