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 "통제 의도"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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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문화관광부 장관(사진)의 12일 '방송정책권 환수 검토'발언으로 방송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답변에서 "방송정책은 정부가 맡고 방송 내용에 대한 심의와 규제는 독립된 위원회가 담당하는 방안을 인수위에 보고했다"면서 "영국.프랑스도 방송 정책은 정부가, 심의.규제는 독립된 위원회가 하는 것으로 돼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송위원회는 13일 반박자료를 통해 "정책 수립과 집행기관을 분리할 경우 정책부서와 규제부서 간에 혼선이 발생해 방송사에 부담을 주고 국민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지금은 정책기관 일원화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방송위는 또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문화부와 합의토록 한 방송법 때문에 정부권력의 개입 여지가 있으므로 이를 개정해 방송위의 위상을 제대로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문화부 산하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방송정책 관련 조사.연구기능도 방송위로 이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조와 언론노조 KBS.MBC.방송위 지부도 13일 각각 성명서를 내고 "문화부가 방송위의 정책기능을 회수하겠다는 것은 지난 시절처럼 방송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려는 뜻"이라고 비난하고 방송위를 오히려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한 자문위원은 "문화부 업무보고에 그런 내용이 있기는 했지만 역점 추진과제는 아니었으며, 인수위 차원에서는 검토한 적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문화부의 방송정책권 환수 추진은 정부 교체기를 틈타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부처이기주의로밖에 볼 수 없다"라며 "이는 방송통신 구조조정위원회를 만들어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다는 당선자의 공약과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부 측은 논란이 일자 "지금 시대에 정부의 방송통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며 김 장관이 말한 정책 기능은 방송의 독립성 문제와는 무관한, 방송산업의 진흥 업무에 국한한 의미"라고 해명했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독립기구인 방송위가 정부기관이 되든지, 문화부가 정책기능을 가지든지 간에 방송 진흥정책을 정부가 맡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그러나 또다른 관계자는 "방송위원회.문화부.정보통신부 측 관계자들이 인수위에 모여 비공개 리에 토론을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2000년 3월 방송법 개정에 따라 설립된 방송위원회는 규제.심의권과 함께 방송정책.행정권을 갖고 있다. 이는 1998년 설립해 방송법 개정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방송개혁위원회'에서 제시한 방안을 따른 것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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