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 약속한 흐뭇한 감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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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흔히 내 것에 대한 아름다움이나 진가는 저버리기 쉽다. 연전에 「유럽」 지방을 여행하며 느낀 일이지만 우리도 현재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노래들을 일상 생활에 도입하고 학문으로서의 음악만이 아닌 명실상부한 음악의 생활화를 꾀한다면 우리네 사회는 얼마나 명랑하고 윤택해질까 하는 아쉬움을 깊이 새긴바 있다.
우리들 주변에서 노래를 잊었을 때처럼 삭막하고 살벌한 삶은 없다. 물론 사회가 안정되고 물심양면으로 여유가 생겨야 노래도 있고 예술도 자라겠지만, 요즘의 세정은 너무 메말라만 가는 듯 싶다.
이런 점에서 이번 중앙일보사가 마련한 「우리 가곡의 밤」 공연은 우선 그 의의를 높이 사야겠다.
신곡과 재래곡의 적절한 배합은 이날의 「프로」를 한층 살렸으며 가수들에 대한 곡목배 정도 「팬」들이 간직해오던 출연자들의 「이미지」에 적중하는 곡들이었다.
굳이 흠을 찾는다면 예술 가곡을 공연하기엔 장소가 너무 넓었으며 독창자와 반주군과의 충분한 「앙상블」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도 있겠으나 여하간 초만원을 이룬 이날의 객석은 시종 무대에 심취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 가곡이 자랄 수 있는 소지와 전망은 밝다. 다만 문제는 어느 유력한 「매스컴」 같은데서 이와 같은 건전하고 예술적인 문화 행사를 연례적으로 계획성 있게 끌고 나가며 범국민적인 「붐」을 일으키느냐에 있다. 유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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