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청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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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근 체육회는 젊은「샐러리·맨」들의 체력연령을 조사한 일이 있다. 그 결과는「백발청년」으로 나타났다. 20대의 체력은 40대의 것으로, 30대의 그것은 50대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적어도 체력면으로는 한국엔 젊은이다운 젊은이는 하나도 없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체력연령은 오밀조밀한 각종 조사 끝에 산출된다. 1천4백m 걷기를 비롯해, 제자리넓이뛰기·높이뛰기·손아귀힘재기·턱걸이·몸통굽히기·평형운동·「지그재그·드리블링」등 갖가지 반응의 합계인 것이다 청년들은 마치 반백의 50대가 그렇듯이 맥빠진 정력을 과시(?)했을 뿐이다.
한국인의 정년퇴직연령을 65세로 치면 이제 30세의「샐러리·맨」에겐 사실상 15년의 기력밖엔 없는 셈이다. 이것은 적어도 60년 전「유럽」인들의 체력과 맞먹는 것이다. 우리의 사회적「스태미너」는 그만큼 선진국에 뒤떨어졌다는 뜻도 된다. 문명낙후는 고사하고라도, 인간 낙오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요즘 구미 지식인들 사이에서 문제의 저서로 등장하고 있는「드러커」저『단절의 시대』(월간중앙 6월호 1부 전역)를 보면 지난1세기동안에 개인의 체력(노동력)은 2부로 확장되었다. 가까이 제1차 대전때 보다는 적어도 50%의 성장을 보여준다. 이것은 우리의 수명이 그만큼 연장된 이유도 작용하지만, 노동조건이 그만큼 개선되었다는 의미와도 통한다. 「드러커」는 노동수명의 연장은「인간유전」의 문제를 제기한다고 지적한다. 45세의「샐러리·맨」들을 재훈련시키는 것이 바로 그런 한가지 해결방법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것과는 거리가 너무도 멀다. 훨씬 원초적인 과정에서 우리는 터무니없이 늙어간다. 체력이 늙는데 마음이 젊을 리가 없다.「디자이어」(의욕)자체가 메말랐는데 창의와 경쟁력과 노력이 샘솟을 까닭이 없다. 나태하고, 무기력하며「매너리즘」에 빠지고, 그래서 사회전체는 후줄근한 분위기에 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현대는 경쟁의 시대이다.
그것에 도전하는 지구력은 체력에서 시작된다.
20대의 청년과 10세도 못된 어린이와의 씨름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체력찾기운동」은 국가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운동결핍증은 오히려 노쇠의 촉진제인 것이다.
이 청년다울 때 국가도 사회도 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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