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 사용설명서] 인생의 갈림길에 선 당신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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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30년도 더 된 낡은 보드게임이 아직도 몇 개 남아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라이프(The Game of Life)’입니다. ‘인생게임’이라는 이름의 한글판도 나와 있지요. 간략히 설명하자면 처음엔 혼자 자동차를 타고 떠나지만 인생의 여러 행로를 거친 후 맨 마지막엔 자동차에 가족을 태우고 함께 돌아옵니다. 가장 먼저 들어온 사람이 아니라 가장 돈도 많이 벌고 가족 수도 많이 늘린, 다복한 사람이 이기는 방식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어릴 때 이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선택의 위력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조금 돌아가기는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에 나가는 것과, 길을 가로질러 바로 직업세계에 뛰어드는 것은 월급 차이가 많이 나더군요. ‘라이프’ 게임을 할 때마다 가장 처음 갈리는 이 인생의 갈림길에서 가급적이면 대학 진학을 택하곤 했습니다. 물론 대학을 나왔다고 꼭 높은 연봉을 받는 직업을 갖거나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건 아니었죠. 고비고비마다 때론 자의로, 또 때론 내가 돌린 숫자 바퀴(※‘라이프’는 주사위가 아니라 1~10까지 쓰인 숫자 바퀴를 돌려서 말을 이동시킴)가 멈춘 곳이 내 바람과 달리 인생이 꼬여버리기도 했으니까요. 어쨌든 인생은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말을 향해 질주한다는 건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사실상 누구나 대학에 가는 시대입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라이프’의 보드를 새로 그린다면 아마 인생의 중요한 첫 갈림길을 대학 진학이 아니라 유학 여부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게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선택에 따라 이후 인생이 확연히 달라지기는 하니까요.

 이번 江南通新 커버스토리는 지난주에 이어 유학을 다룹니다. 예고한 대로 지금까지의 유학 변천사와 요즘 떠오르는 유학 트렌드를 썼습니다. 1면에는 이 내용을 ‘라이프’게임 형식으로 요약해 담았습니다. 온 가족이 게임하듯이 재미 삼아 유학 구상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내가 택하지 않은 다른 선택의 결과를 미리 점쳐보기도 하면서요.

 지난주 서남표 전 KAIST 총장 인터뷰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미국 사립학교의 우수성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드렸습니다. 이번 주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인타운 인근 명문 공립학교인 3가 초등학교(Third Street School) 수지 오 교장을 만나 미국 공립학교 시스템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흔히 미국 공립학교는 재학생의 학업성취도 등 여러 면에서 한국보다 못하다고들 하죠. 그러나 수지 오 교장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과연 그런지 의구심이 생겨납니다. 직접 읽고 판단해 보십시오.

감사합니다.

메트로G팀장=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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