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전방·특전사 군기 센 곳 탈영 적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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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근무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후방의 육군 향토보병사단에서 탈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기가 세고 훈련이 잦은 부대에서 탈영이 빈번하다는 통념과 다른 결과다.

 2일 각 군이 국회 국방위원회 손인춘(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 위치한 육군 53사단의 군 복무 이탈자(탈영병)가 34명으로 전 군에서 가장 많았다. 둘째로 탈영이 잦은 부대는 인천에 있는 17사단으로 30명을 기록했다. 다음은 광주의 31사단과 대구의 50사단으로 나란히 26명이 탈영했다.

 지난해 탈영병 숫자에서 1~3위를 기록한 53, 17, 31, 50사단은 모두 후방에 있는 보병사단이다. 후방 사단에서 탈영이 잦은 것은 지난해만의 일이 아니다. 53사단은 2011년(48명), 2009년(42명), 2008년(67명)에도 탈영병 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손 의원은 “비교적 복무 여건이 좋은 부대에서 탈영병 수가 많았던 반면 특수전사령부(특전사), 해병대와 최전방 부대 등 군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사단의 경우 오히려 탈영병 수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특전사와 해병대 탈영병 수는 각각 7명, 2명에 그쳤다. 6·25 이전에 창설된 육군 1, 2사단의 경우 군기가 세고 훈련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복무 이탈 장병 수는 10명에 못 미쳤다.

 도심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지역의 부대에서 탈영이 잦다는 통념도 사실이 아니었다. 수도방위사령부 소속으로 서울 강북 지역을 담당하는 56사단의 탈영병 수는 2009년 2명, 2010년 0명, 2011년 3명, 2012년 10명(57사단 통합)으로 소수에 그쳤다.

 계급별 탈영자 인원은 육군을 기준으로 입대 초기인 일병이 221명(38.6%), 이병이 194명(33.9%)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군인이 부대 밖에서 저지르는 영외 범죄는 지난해 515건을 기록했다. 2010년과 비교해 31.4% 급증했다. 지난해 적발된 영외 범죄 가운데는 폭력 범죄 150건(29.1%), 교통 범죄가 133건(25.8%)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성범죄도 36건(7.0%)이었다.

 손 의원은 “군 기강 확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나타내 주는 통계”라며 “군의 사기를 위해 근무 환경과 복무 여건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겠지만 군 기강을 확립하는 작업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6년7개월간 군에서 복무한 육군 부사관 출신의 비례대표 의원이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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