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의 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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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입하는 천문학상으로 태양이 횡경 45도에 이르는 순간을 말한다. 어떤해에는 5일 한밤중에 이런 순간이 지나치는 때도 있다.
1년중 제일 생명감에 넘치는 시절은 바로 이무렵일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읊고 있다.
『당신을 저 아름다운 여름날과 견줄 것인가.
여름 날처럼 아름답고 따스한 당신이여.
바람은 5월의 어여쁜 꽂송이를흔들고
아, 여름은 너무도 짧고나』(「소니트」18번)
이처럼 시인은 바로 이시절을 최상의 아름다운 어휘들로 노래한다.
사람의 생애로 치면 여름은 장년기랄까. 입하는 그래서 장년의 초입인 것이다. 인문의 30대는 실로 의욕과 생명력과 이지로 섬광을 발하는 시기이다. 한 인문의 입지가 이미 어느 갈림길로 접어든 때일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긴장과 전율을 자아내는 인생의 「클라이맥스」같은 느낌마저 든다. 결국 한 인간의 전인적인 가치는 그생애의 총화로 나타나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총화의 중요하고 결정적인 몫은 이 30대의 계절에 가늠이 되는 것이다.
여름은 무덥고 지루하고 나태한 것도 같다. 그러나 청동빛 피부의 율동을 보라. 그 건장한투지의 빛깔을 상상하라. 실로 그것은 인생의 장쾌한 한편의 시적 경지를 이룬다. 우리는 한생애를 놓고 생각하면 봄날처럼 나른하고, 안일한 가을날처럼 시원한 날이 몇날이나 되겠는가. 인생은「롱펠로」(미시인)의 말마따나「야영지」이며「전투」인 것이다. 부단히 대결하고 도전하는데 보다큰 보람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저절로 가을이 다가올 것이다. 상쾌한 바람과도 같은 고요한 휴식과도 같은 가을이-. 대저 우리를 휩싸고 있는 계절은 마치 무슨 교훈이라도 깊이 새겨주는 것 같다.
여름은 지금부터 한발짝씩 다가선 것이다. 우리는 그도전 앞에 물러설 것은 없다.
장년의 이지로, 그 건강한 힘으로 대결하자. 여름은 우리의 보람스러운 시험처럼 다가올 것이다. 6일은 입하. 힘과 의지와 이성과 생명감의 계절을 우리는 지금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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