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배용의 우리 역사 속의 미소

미소와 함께 어울리는 공기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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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공기놀이 하면 어렸을 적 향수가 있다. 예전에는 동네 아이들끼리 한데 어울려 연날리기, 제기차기, 고무줄넘기, 공기놀이 등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전통놀이가 많았다. 그중 공기놀이는 대체로 소녀들이 더 즐겨 하는 놀이인데 이 그림은 버드나무 아래서 소년들이 어울려 바람개비도 돌리면서 공깃돌을 올리고 있는 미소 띤 모습이다. 아마 그 시절에는 소녀들을 대상으로 그리기에는 내외법으로 인해 접근하기가 그리 수월하지 않았던 상황도 추측해 볼 수 있겠다.

 이 그림의 작가 낙서 윤덕희(1685~1766)는 공재 윤두서의 아들로 아버지에 버금가는 명성을 가졌던 인물이다. 또 그의 아들 윤용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화가를 배출한 집안으로 유명하다. 윤덕희의 학문세계는 성리학뿐 아니라 불교, 도가, 신선사상, 문학, 과학 등 학문을 두루 섭렵한 박학과 실학정신을 바탕으로 한 화풍을 이루었다. 또한 해남 녹우당에 선대로부터 전해오는 수많은 고적들과 유물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업적이 크다.

윤덕희 ‘공기놀이’ [국립 중앙박물관 소장]

 일찍이 공기놀이는 어린이들의 민속놀이로 유래가 깊으며 조선 헌종 때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둥근 돌알을 가지고 노는 놀이가 있어 공기(拱碁)라 한다”라고 적혀 있다. 공기놀이는 공깃돌의 수를 기준으로 하거나 노는 방식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다. 돌을 잡기 위해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섬세한 손놀림과 침착성이 길러진다. 바람개비는 바람의 세기, 풍향에 따라 조절하고 뛰면서 과학성이 키워진다.

 요즘 인성교육의 실천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한편으로는 학교폭력 등으로 사회의 걱정이 많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컴퓨터만 들여다보면서 게임에 몰입하다 보니 이기심이 가득해졌다. 정직, 준법정신, 공동체 협력의식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때다.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전통놀이를 재구성하여 어린이들에게 전해주어 따듯한 심성을 갖출 수 있도록 가르쳐 주어야 한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연령에 맞는 인격과 행동이 정립될 때 건강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