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고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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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사이 지상을 통해서 볼수있는 수많은 사실가운데에 특히 인생의 절망을 느끼게하는 일들이 점점 많아진다. 극단의 예가. 한젊은 청년이 아직도 40고개를 갓넘겨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이면서도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여 처자3명을 몰살하고 자신마저 자살하려다가 경찰에 자수한 기사를 보았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늘어만가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또한 근자에 이르러서는 서울시민의 인구증가억제책을 연구한다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관계가 한마디로 말해서 생존경쟁에서 오는것이고, 특히 서울에서는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곳이라 느껴진다.
아니 세계에서도 몇째 안간다해도 무방할지 모른다. 나는 지난날 서울에사는 10만명 가까운 국민학교6학년 어린이들을 무시험으로 입학시킬것을 결심하고 그 거창한작업에 1개월동안 주야로 걱정해본 적이있었다. 그러던동안 문득 생각난것이 만약에 나의 잘못으로 수많은 어린이의 본의아닌 희생자가 난다며는, 이일을 어떻게 할것인가 하고….그러면서 화보에 나타난 어린얼굴들을 연상하면서 내자신을 생각해보았다. 마치 한어버이가 불과 몇사람안되는 가족을 거느리지 못하여 자살을 하게까지한 그인간의 심각한 장면과도 연상시켜 보았다. 문제를 이렇게 심각하게 파고 들어갈수록 나에게는 그환호의 소리가 더욱 두려워졌다. 원래가 나는 성품이나 생활환경이 고독을 즐기게 하였고 남이 알면서 하지못한일, 안한 일들을 골라서 택하는 특성과 또 그것을 꼭성취시켜야겠다는 의욕이 너무나 강했던 것이다. 이제 나는 자유로운마음에서 그어린 얼굴들이 비쳐주는 내일의 서광을남몰래 느끼고 있다. 어느날 「서울 컨트리·클럽」에서 돌아오는 길에 앞에 달리는 중학 「스쿨·버스」를 따라오면서 새제복에 단장된 병아리들을 바라보며 그애들의 내일을 축복하는 마음 간절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마음 한구석에 새로운고독을 느끼며 또 새로운 내일을 생각하는 마음이 한없이 어딘가에 달리고 있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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