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잃어버린 60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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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호 04면

“어릴 적 우리 집 마당 우물가에 있던 게 무슨 나무였지?”
“살구나무.”
“맞다 맞어, 아우야~.” “아이구우, 형님~.”

1983년의 여름은 너무나도 뜨거웠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 꼭 30년 만에 다시 피붙이를 찾고자 하는 이산가족들의 한과 절규가 여의도를, 온 나라를 뒤덮었기 때문입니다. 척 봐도 부모자식·형제·자매·남매인 줄 알겠건만, 방송 스튜디오에 나온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로를 확인했고 기어이 짐승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상봉의 짜릿함과 먹먹함은 당시 기말고사 중이던 까까머리 고 3생까지도 TV 앞에 앉혀놓을 정도였습니다.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83년 6월 30일 원래 1회성 특집으로 구성됐다가 폭주하는 문의에 무려 138일에 걸쳐 453시간 45분간 생방송됐죠. 방송 출연 이산가족은 5만3536명, 상봉에 성공한 것은 1만189건이었습니다. 꼭 30년 만인 오늘(30일) 오전 KBS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특별생방송 ‘우리는 만나야 한다’를 방송한다고 하네요.

당시 ‘주제가’처럼 쓰이던 노래가 영화 ‘남과 북’(1964)에서 곽순옥씨가 불렀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였죠. 25일 저녁 한국전쟁을 다룬 연극 마지막 대목에 흘러나오던 이 노래를 들으면서 30년 전 그날과 그로부터 다시 30년이 흐른 지금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루하루 흐르는 게 아까운 이산가족들의 안타까운 ‘오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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