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먹고 썩은 일본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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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9일이래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있는 일본산 미곡 제1차 선적분 6천6백톤 가운데 그30%에 가까운 1천6백여톤(1만1천5백섬)이 벌레먹고 상품가치조차없는 불량미라는 것이 밝혀져 큰 말썽이 빚어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쌀은 정부가 작년의 혹심했던 한발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정부측과 교섭, 무이자·정불현물상환조건으로 긴급 도입키로 했던 33만톤 가운데 일부로서, 그것이 선적과정에서 엄격히 실시해야할 검사를 소홀히 함으로써 뒤늦게 이와같은 말썽을 일으키고 만것이라고 볼 수 있다.
조농림은 4일 도입일본미의 이와같은 말썽을 시인하고, 일본정부측에 「크레임」을 요구 이미 밝혀진 불합격품에 대해서는 일본정부의 구상초치가 밝혀질때까지 일정장소에 보관하여 국내조작을 중지토록 했음도 아울러 시인했다. 그러나 일부신문보도에 의하면 현재에도 계속 부산 인천 목포 포항등지에서 하역중에 있는 일본쌀 3만4천톤 가운데 거의 50%이상은 벌레에 먹혀 변질되었거나 질이 형편없이 낮은 불량미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어 이것을 단순한 선적과정에서의 검사「미스」로만 보아 넘길 수는 도저히 없는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은 매년 국내수요량을 넘는 미곡을 생산함으로써 이잉여미곡의 저장과 처분에 얽힌 이권문제를 에워싸고 그동안에도 심심찮게 정치적인「스캔들」이 일어나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로 돼있다. 따라서 미곡뿐만 아니라 각종 1차산품과 공산품을 합하여 년간1백20억불대를 넘는 수출고를 올리고 있는 일본의 수출품검사기관이 단순히 기술적인「미스」로 이처럼 터무니 없는 분량의 수출미를 한국에 보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할수 없다. 때문에 이문제는 당연히 일본의 정부관리와 미곡상인, 그리고 어쩌면 한국관계자까지도 서로 얽히고 설킨 「스캔들」로 발전할 소지를 다분히 가진것으로 봄이 옳을 것이다.
더말할것도 없이 쌀은 우리의 주식으로서 이 하루도 빼놓을 수 없는 식량을 확보키 위하여 우리는 막대한 외화를 써가면서까지 다량의 외미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도입미는 그 전성이 국민의 식탁에 오르리라는 대전제밑에서 도입되는 실정이고, 미국이나 일본에서처럼 제과용·양조용등으로 들여오는 것이 아님도 자명하다. 사리가 이럴진댄 설사 일본국내에서의 품질등급으로 보아 3등미, 4등미라 할지라도 우리의 처지로서는 외화절약상 그것이 먹을 수 있는 쌀인 한, 굳이 마다할 수는 없다하겠으나 증기소독을 하지않으면 안될만큼 벌레에 먹히고 변질부패된 쌀을 한톨이라도 들여온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견지를 떠나 당국자로서는 그것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임을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작년에 체결된 한일양국정부간의 양곡대여계약에 의하면, 선적시에는 우리 정부의 조달청구매관이 정식으로 입회하게 돼있다하므로, 이번 말썽을 빚은 불량미도입의 제1차적 책임은 마땅히 우리측 관계관에게 있다고도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본정부와 일본의 관계당국자들을 그 법적 책임이나「크레임」에 대한 판상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먼저 일본산 썩은 쌀을 먹게될 한국국민의 심정과 수출국으로서의 일본의 대외체면을 깊이 깨닫고 응분의 사과조치를 취해야만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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