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비대화 문제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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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정부의 청와대 직제는 너무 비대하다.'일하는 청와대'를 위해서라지만 사실상 장관급 7명에 차관급 10명의 조직은 아무래도 지나치다. 청와대 비서실이 '내각 위의 내각'처럼 군림한 무수한 경험이 있었기에 벌써부터 내각의 위축과 국정 왜곡을 걱정하는 소리가 들린다.

정권 초기 의욕을 갖고 많은 일을 해보겠다며 조직 늘리는 것을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도 해보기 전에 조직부터 대폭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새정부는 선거공약으로 제왕적 대통령과 비서실의 전횡을 시정한다는 목표 아래 책임총리를 내세웠다. 그런 새정부가 청와대 조직부터 강화하는 것은 공약 파기나 다름없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다.

그렇지 않아도 권력의 생리와 우리의 관행상 청와대는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강화되게 돼있다.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비대한 조직부터 만든다면 권력 집중과 왜곡은 불을 보듯 환하다.

청와대 새 직제는 내부적으로는 기능과 역할 중복으로 인한 국정 지연과 혼선.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많다. 장관급인 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보좌관이 정무.정책.안보를 분장한다지만 실제 국정운영에서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거기에다 보좌관.비서관들의 업무 분담과 책임한계 등이 엇갈리고 대통령 직속인 4명의 장관급 주요 국정과제 추진위원장들과 특별팀이 뒤섞이면 업무를 교통정리하기도 힘들게 돼있다.

DJ 정부 초기 청와대는 1실장.6수석.35비서관으로 출범했으나 현재는 1실장.2특보(장관급).8수석.41비서관이 됐다. 조직은 스스로 확대해 가는 관성이 있는데 정권초부터 3실장.4위원장(이상 장관급), 5수석.5보좌관(이상 차관급)으로 출발하니 과연 얼마까지 불어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수위는 이미 5개 이상의 특별팀을 추가할 계획을 하고 있지 않은가. 17명의 장.차관 직제는 노무현 당선자가 역설한 분권과 책임총리와도 걸맞지 않는다. 명분과 실질 모두 부적절한 직제는 축소 조정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