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리 혐의 한수원 간부 집서 억대 현금뭉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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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은 신고리 1·2호기 등에 납품된 JS전선 제어케이블의 시험성적서 위조를 지시한 한국수력원자력 간부의 집에서 현금 뭉치가 발견됐다고 27일 밝혔다. 이 간부는 2008년 1월 한국전력기술 이모(57·구속기소) 부장 등으로부터 제조업체인 JS전선이 제출한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그냥 승인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한수원 송모(48) 부장이다.

 당시 이 부장은 나중에 문제가 될 경우에 대비해 한수원 간부의 지시로 시험성적서를 위조하게 됐다는 근거를 남기려고 송 부장 등에게 e메일을 보냈고, 이번 수사 과정에서 이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지난 18일 오전 송 부장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금 뭉치를 발견했다. 당시 박스에 담겨 있었던 현금 뭉치 규모가 억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이 JS전선이나 제어케이블 시험기관인 새한티이피에서 흘러 들어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또 송 부장 등을 거쳐 한수원의 윗선으로 또 다른 금전 거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한수원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계좌추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 정확한 액수 등은 확인해 줄 수 없으며 돈의 출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JS전선은 2008년 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케이블 59억원어치를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납품했다. 또 2008년 12월 한수원과 120억원 상당의 제어용·전력용·계장용 케이블 납품계약을 체결한 뒤 역시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지난 4월까지 신고리 3·4호기에 부품을 납품했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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