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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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젊은 조수가「갈릴레오」에게 『영웅이 없는 나라는 참도 불행할 것입니다』고 말했다.「갈릴레오」가 여기에 대답하기를 『영웅이 필요한 나라처럼 불행한 곳도 없다네.』
「브레히트」의 극 『갈릴레오』의 한 장면이다.
이제는 영웅의 시대는 지났다고들 말한다. 영웅이 없이도 잘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민주주의가 있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니까 이런 민주주의속에서 보다 정중한 것은 영웅이 아니라 평균인이며,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자 군중인 것이다. 「다니엘·부어스틴」이란 사회학자는 『평균인의 등장』의 원인들을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①인구의 유동성증가 ②기성복 ③「캐쉬·레지스터」(금전등록기) ④도시적 지성 ⑥시장조사와 보편화 등이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평균인의 등장 내지는 모든 개인의평준화는 앞으로 서구사회이상으로 촉진될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직접 교육을 통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인간평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추첨제 중학입시제가 실시된 이후 처음으로 있던 시내 각학교장회의에서 중학생의 질적저하에 대한 우려가 한결같이 지적되었다 한다. 곧 우수한 학생은 학업에 대한 자극을 잃어 공부를 게을리하게되고, 열등한 학생은 어느덧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공부에 대한 재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 대해서 당국자는 뒤떨어진 학생들에게 과외수업을 실시할 수도 있다고 사뭇 낙관적이었다 한다. 그러나 이처럼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은 없는것 같다.
중학무시험 진학에 따른 평준화에 관한 자료를 얻기 위해 오는 7월에 7대도시에 중학1학년생에게 중학 학력국가고사를 하겠다는 것도 그렇다.
그때쯤되면 각 학교간의 편차는 현저하게 줄어들게 틀림없다. 그러나 이와함께 학생사이의 편차도 찾아보기 어렵게 될는 지도 모른다.
이처럼 두려운 인간평준화는 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참다운 민주적 교육이념에 이처럼 어긋나는 것도 없을 것이다. 평균인간에서 인간「로보트」에 이르는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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