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처럼 폐업될라" 남원의료원 48명 노조 탈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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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북 남원의료원 노조는 강성으로 알려진 민주노총의 보건의료노조에 속해 있다. 노조는 직원 징계·인사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실제 A간호사는 2010년부터 2년 동안 의사의 지시 없이 390여만원어치의 약을 약국에 부당청구했다가 지난해 5월 적발됐다. 규정대로라면 A간호사는 정직 등 중징계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병원은 노조의 반대로 A씨를 징계할 수 없었다.

 이처럼 힘이 센 남원의료원 노조에 일부 조합원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익재(40)씨 등 노조원 48명이 25일 노조를 탈퇴한 것이다. 남원의료원 노조는 입사와 동시에 노조에 가입되는 유니온숍 제도를 따른다. 노조를 탈퇴하면 퇴사 등의 위험이 있다. 이씨 등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노조를 탈퇴한 것은 “노조의 횡포를 방치하다간 병원 전체가 문 닫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씨는 “병원의 경영혁신에 투쟁 일변도인 노조 성향이 걸림돌”이라며 “이러다가 자칫 부실경영 등의 문제로 폐업한 ‘제2 진주의료원’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남원의료원 노조는 “유니언숍 규정을 어긴 48명을 해고할 것”을 병원 측에 요구하고 있다. 병원 측은 관련 법률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9월 14일 시작된 남원의료원 노사 협상의 쟁점은 인사·경영권 문제다. 병원 측은 “노조가 인사·경영권을 틀어쥐고 적자개선을 위한 경영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임금 조정이나 직제 개편을 노조와 합의 대신 협의만으로 결정할 수 있게 단체협약 내용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의료원이 응급센터·중환자실 등을 축소해 공공의료를 포기하고 민간병원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며 “노조의 무력화를 노리는 병원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남원의료원의 부채는 251억원으로 전국 34개 공공의료기관 중 다섯째 정도로 많다. 매년 20억~3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68%)도 민간병원(44%)보다 훨씬 크다. 남원의료원은 조직 구조조정, 사업부서의 신설 등을 추진하려다 노조의 반발로 포기했다.

 노조의 협상자세도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사는 지난 1월 2일 “두 달간 매주 두 차례 협상을 진행하며 성과가 없을 경우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해 그 중재안을 받아들인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노조는 협상 테이블에 다섯 번만 참석한 데다 노사정위원회 구성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에 사측은 “교섭시작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기존 단체협약이 자동 계승되는 점을 노조가 노린 것 같다”며 지난 3월 13일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노조는 병원장 퇴임 등을 요구하며 남원 시내에서 촛불집회를 열거나 전북도청 앞에서 1위 시위를 하고 있다.

 노조 탈퇴를 선언한 직원들은 “거듭된 파업과 대립으로 병원 경영이 악화되고 이미지도 나빠져 환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노조가 기득권 지키기에만 관심을 기울이면 제3의 노조 설립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남원=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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