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틀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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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를 놓기시작한지 벌써 3년이 넘는다. 처음엔취미삼아 놓아보던것이 이젠 살림에 약간의 보탬이 될만큼 기술솜씨도 늘었다.
그동안 내가수놓은 수많은병풍들이 지금쯤 누구네 집에서 아담한빚을 발하고 있을까. ○…잔잔히 달빛 굽이치는바닷가에서 강강수월래를 부르는댕기딴 처녀들의 모습이며, 백청자 항아리의 소박한 모습이며, 그윽히 향을 풍기는 백목련꽃, 널 뛰는 아이들, 송아지 위에 앉아 피리부는 소년동등 모두 우리들에게 정감을 주는한국 고유의 풍경들이었다.
○…지금도 나는 수를 놓는다. 한뜸한뜸 놓다보면 어느새 백학 한쌍이 날고, 동백꽃이 매화꽃이 된다. 쌀값이 또 올랐다고 지나가다 들려주는 어느 아낙네의 목소리위로 「라디오」 에선남해엔 봄이 상륙했다는 기쁜소식인데 오늘은「란도셀」을 메고 즐겁게 새로 학교갈날을 손꼽는 아이들의 모습을 수놓고 싶다. <신은남·인천시 숭의동l03신석균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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