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자세|박봉직<서울대문리대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권력의 분립이 없는 나라는 헌법을 가진것이아니다』 라는 명제에 따른견제와 균형의 실질적인 효과있는 역할을하고있는 나라의국회는 이지구상에서 손꼽을 정도 밖에안된다. 이중에서도 정치제도와 전통에 따라서 국가의 기능이 다르다. 미국의경우 단순한견제와 균형이상의 역활을하는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논상 기대하는바의 국회다운 국회를 갖지못한나라에서도 그것으로 만족하고있는나라는 없다. 항상 그상황에따라 혹은 정치노력의 성격에따라서 개방의 방향으로 또는개악의 방향으로 움직이고있다.
우리의경우국회의원스스로가 민주주의를 하려면그래도 국회를존중해야지 않느냐하는 소극적인주장을 하는데 그치고있는 예를 심심치않게 본다. 지난날 어떤때는 민주주의한다는나라의 간판 또는표징으로서도 양원제는 못할망정 조원으로라도 국사는 있어야할것 아니냐는 말을들을때에비하면 훨씬 나아진것으로 보아야할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국회의 기능이 이논상의 표준에서 보다 소극적인 상태에 있는것만은 사실이다. 국회의 소극적인 위치라는 것은 의회주의의전통이 적은 나라일수록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의회주의의 나라 영국의경우 의회는 새로운사회계승의 정치권력에의접근을 가능케하는 하나의통로이고 동시에 그자체가 정치세력화하였다. 그리고 미국의경우 연방제라는 정치제도의 성격에따른 의회기능을 가지고있다. 이렇게보면 국회가그역사야 짧든길든 자기나라 독특한정치상황에따른기능이 있는것같다. 그런데 이정치상황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것은 국가를구성하는 바로 의원들인것이다. 정치풍토가어떻고 선거구민의 질이 나쁘고등등의 말을 듣지만 그것은 자기 얼굴에 침뱉는 결과밖에 안된다는것을 인식해야할 것이다. 물론 의원개개인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비치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대한 책임이 국회를 중심으로하는 정치가들에게있다는것을 스스로가 절실히 느낄때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의 서광이 비칠것이다.
정치풍토의 경우에도 국민들은 그개선을 국회에, 구체적으로는 국회의원들에게 기대하지 않을수없다. 국회를 중심으로하는 소위 기성 실력자일수록 이러한 정치풍토를더욱 개탄하는것같으나 사실은 소위 그 「실력」 이바로 그풍토에 안주하고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전에는 정치의발전은 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즉정치적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또 그 「실력」 이 강하면 강할수록 모든 정치에대한 책임은 그쪽으로 지워진다는 사실이 인식될때 우리나라 민주정치는, 커다란 발전을 할수있을것이다.
다음으로 우리의 경험으로 보면 직업적인 정치가들에게 이러한 강력한 소위 정치적책임의식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에정치가의 현실의식과 국민의 그것사이에 귀열이생기고 이것이 만성화하는 과정에서 어떤 정치적격동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국회는 공중에 떠버리고 마는것을 한 두번 보아왔다. 정치의 흐름은 국회로 몰아 넣을수 있어야 하고 국회를중심으로 처리될수 있어야 한다. 이길이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성장하는길이고 이를 통해서 비로소 국회는 제 구실을할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모든것은 국회를 구성하는 사람의 자질에 달렸다고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