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검버섯 주범 자외선 구름낀 날에도 조심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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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교사 김지혜(여·32·서울 망우동)씨는 여름만 되면 햇빛과의 전쟁을 치른다. 피부 노화의 주범 자외선 때문이다. 피부가 유난히 민감한 김씨는 외출 전 자외선차단제를 얼굴에 꼼꼼히 바른다. 항상 양산을 챙기고, 가급적이면 그늘진 곳으로 걷는다. 또 햇볕이 유독 뜨거운 날엔 얇은 긴팔 상의를 입어 피부 노출을 피한다. 김씨가 그나마 방심할 때는 비가 오거나 흐린 날, 실내에서 근무하는 시간뿐이다. 이처럼 철저하게 자외선을 피하고 있다고 장담하는 김씨. 과연 자외선에서 100% 안전할까.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햇빛(직사광선)만 피한다고 자외선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건 아니다.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지속적으로 자외선에 노출돼 피부암·주름·검버섯 등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자외선은 국제암연구소가 분류한 1군 발암물질이다. 자외선을 꼭 차단해야 하는 이유다.

김씨의 하루 일과를 통해 그녀가 미처 피하지 못한 자외선과 올바른 자외선 차단법을 알아봤다.

보슬비·가랑비 오는 날도 안심 못 해

지난 19일 오전 7시30분, 김씨는 출근 전 하늘을 살폈다. 전날 비가 내린 탓인지 하늘에 구름이 끼고 흐렸다. 햇빛 양이 적어 안심한 그녀는 평소보다 SPF지수(자외선B를 차단하는 정도)가 낮은 가벼운 느낌의 자외선차단제를 얼굴에 바르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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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흐린 날에도 조심해야 하는 게 자외선이다. 구름 낀 날에 오히려 자외선 수치가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기후변화관측센터 문세영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구름이 많고 흐리면 피부에 닿는 자외선(B)이 절반가량 줄어든다”며 “하지만 구름이 적게 분포할 땐 그 구름에 자외선이 반사·산란되면서 맑은 날보다 자외선 양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자외선A는 구름에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흐린 날에도 항상 조심해야 한다. 실제 19일 기상청에서 발표한 망우동 자외선 지수는 ‘매우 높음’ 단계인 8이었다.

비 오는 날도 마찬가지다. 보라매병원 피부과 윤현선 교수는 “장마나 폭우처럼 강수량이 많을 땐 자외선이 상당수 차단돼 걱정할 필요 없지만, 보슬비나 가랑비처럼 강수량이 적거나 중간에 갤 때는 안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실내 창가 자리, 자외선A 고스란히 침투

김씨가 학교에 도착하자 해가 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일찍 도착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김씨의 자리는 창가 바로 옆 책상이다.

그렇다면 실내에 있는 건 과연 안전할까. 윤 교수는 “실내에서 중요한 건 위치”라며 “햇빛이 들어오는 유리창 근처는 자외선A가 그대로 통과해 피부에 닿는다. 절대 안전구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자외선A는 눈에 띄는 현상 없이 서서히 피부에 손상(색소 침착)을 입히므로 미처 깨닫지 못해 장기간 노출되는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블라인드·커튼으로 자연채광을 막을 순 있지만, 가림막이 너무 얇으면 일부 자외선이 통과할 수 있다.

단 실내조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김범준 교수는 “간혹 형광등·백열등과 같은 실내조명에서 나오는 자외선을 우려하는 사람이 있는데, 인체에 무의미할 정도로 미미하므로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면·리넨·마 소재 옷은 자외선 못 막아

하루 중 자외선 양이 가장 많은 시간대는 오전 10시~오후3시 사이다. 하루 동안의 자외선 중 80~90%가 집중된다. 오후 12시, 외부에서 점심 약속이 있는 김씨는 얇은 면으로 된 긴팔 카디건과 양산을 챙겼다. 학교를 나선 그녀는 가급적 그늘로 들어가 걸었다.

윤 교수는 “물론 의복을 통해 물리적으로 자외선을 피하는 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의복의 섬유 재질과 조직의 성김 정도에 따라 자외선 차단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폴리에스테르·청 소재의 제품이 차단율이 높다. 반면 여름철 많이 입는 면·리넨·마 소재는 자외선 차단율이 거의 없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양산·그늘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골프 전용 우산은 코팅이 잘돼 있지만 일반 양산은 얇아 자외선 차단력이 SPF5~15 사이로 낮다”며 “지면·유리창을 통해 반사되는 자외선도 있기 때문에 양산으로 얼굴만 가리는 정도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늘도 지면에서 반사돼 올라오는 햇빛은 막을 수 없다.

결국 햇빛을 피하거나 물리적으로 가리고 자외선차단제를 수시로 덧바르는 세 가지 방법을 모두 조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윤 교수는 “자외선이 일으키는 피부 손상은 홍반·화상·색소 침착·광노화(주름, 탄력 저하)·피부암까지 다양하다”며 “자외선에 노출된 시간에 따라 정도가 깊어지므로 놓치는 자외선 없이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단 지나친 햇빛 방어는 비타민D의 합성을 방해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하루에 필요한 자외선 양은 오전 10시~오후 2시를 피한 다른 시간대에 10~15분 햇빛에 노출된 정도에 그친다”며 “일부러 자외선을 쬘 필요 없이 칼슘·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하면서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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