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도 다리 시리고 허리 뻐근 … 수술 부담되면 신경성형술이 적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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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도 다리가 시려 양말을 껴 신는 분들이 많다. 강모(65) 할머니가 그렇다. 몇 년 전부터 다리가 차가워 양말은 물론 잠을 잘 땐 두꺼운 이불을 덮는다. 오래 걸으면 허리도 뻐근하고 양쪽 다리 전체가 저려 주저앉는다. 다리에 힘이 없어 자꾸 비틀거리지만 고무다리처럼 힘을 줄 수가 없다. 최근 증상이 악화돼 5분만 걸어도 양쪽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 저리다 못해 터질 듯한 통증이 왔다.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사라져 손녀딸이 “꼬부랑 할머니”라고 놀린다.

백씨가 앓고 있는 질환은 척추관협착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다발을 보호하는 척추관이 좁아져 허리 통증을 유발하거나 다리에 복합적인 신경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척추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지면 신경으로 가는 피가 통하지 않게 되고, 이로 인해 신경에 손상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주된 증상은 다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는 것. 오랫동안 서 있거나 보통 속도로 걸을 때 약간 아픈 느낌과 함께 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저린 현상과 통증이 엉덩이·허벅지·발바닥까지 오면 매우 심각한 상태다. 혈액순환이 감소해 신경 손상이 와 발이 시리거나 뜨겁고 따가운 증상을 일으킨다. 운동신경까지 손상되면 다리가 가늘어지거나 대·소변조차 가리기 힘들다.

허리질환 하면 허리디스크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허리디스크는 허리를 앞으로 굽힐 때 통증이 심해진다.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오히려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사라진다.

증상 초기에는 물리치료·보조기·운동요법이 선행된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로는 효과가 떨어진다. 따라서 수술을 권하는데, 대부분 환자가 고령이므로 부담을 많이 느낀다.

다행히 이럴 때 신경성형술이 큰 도움이 된다. 신경성형술은 X선 장치가 장착된 1㎜ 정도의 가는 카데터(관)를 척추 병변 부위에 접근시켜 치료하는 시술이다. 카데터를 추간판과 신경 압박 부위까지 정확하게 집어넣어 눌린 신경을 풀어주거나 약물을 주입한다. 치료 중에 X선 영상을 보면서 환자에게 척추 통증과 자극이 있는 곳을 질문하기도 한다. 부위마취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같은 방식은 정확한 염증·유착 부위를 확인하고, 약물이 골고루 퍼지는 현상을 알 수 있어 정확하고 안전한 시술을 유도한다. 흉터도 없고, 시술시간은 5~10분 정도. 수술 부담이 큰 고혈압·당뇨병·심장병·골다공증 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

하지만 신경성형술을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다리 쪽으로 내려오는 신경이 눌려 다리에 증상이 나타난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때에도 환자가 체력이 약하고, 동반 질환이 있다면 미세현미경감압술을 시행한다. 이 시술도 부위마취로 진행하며, 1.5~2㎝만 절개한다. 최근에는 한쪽으로 접근해서 반대쪽까지 감압하는 일측접근감압술(UBF)까지 나왔다. 모두 고령자를 위한 첨단시술이다.

김재훈 원장 제일정형외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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