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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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시험은 관리상 먼저 과목당 출제위원3명을 정하고 각각 출제위원에게 한사람마다 15내지 25문제를 출제케 함으로써 3배수의 문제를 모은다.
따라서 과목당 문제수는 대충45내지75문제이며 12과목 전체의 문제수는 5백40문제에서 9백문제 안팎을 오르내린다. 이가운데서 12명의 선택위원이 다시 실지 고사시험문제를 골라낸다는 방식.
이같은 허점대문에 예를들어 정성분석의 경우 3명의 출제위원중 A,B두교수의 출제문제만완전히 파악하게 된다면 적어도 80점은 거뜬히 맞힐수있을 만큼 완벽한 문제를 조립할수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구나 무슨수를 써서라도 합격실적을 올리려는 것이 각대학의 실정이고 보면 대학교수라고해서 제자들에게 자기가 출제해둔 문제의 범위를 넌지시 일러주지 말라는 보장은 없는것이다.
해마다 약사시험때가 가까워지면 시험한달전쯤부터 이대앞 대현동일대의 하숙촌과 여관엔각학교별로 10명내지20명식「그룹」을 짠 14개대학의 응시생들이 모여 서로 출제될 예상문제를 교환하는것도 이때문-.
심지어 각대학의 대의원이 동원, 하루에 두 번씩 만나며 문제의 정보를 교환한 다음 이를소속대학교별로 수험생에게 돌리는「문제조립작전」을 한다. 이번 시험의 경우 주관식인 정성 정량 약제 무기제약의 과목은 답만 외고 객관식으로 나오는 과목은 기호순만 암기하라는식의 지시가 돌려져 수험생들은 밤새워 문제와 답을 외기에 바빴고-.
어느대학생「그룹」은 보내준다던 문제가 6일밤 늦게까지도 도착하지 앉아 밤새도록 발을동동 구르며 울기도 했다는 것. 이번에 나온 문제중『「피페라」의 유도체가 아닌것은?』은실제로 여러답이 나올수 있는제 유독「염산에페드릴」에 ○을 치라 는말이 나온 것은 모대학의 출제위원을 통해서 였고『KP의 표준온도가 몇도냐』는 물음에대한 정답은「라」에 ○을 치라는 것은 지방모대학을 통해나왔다는 등으로 폭로되기에 이르렀나.
이같은 시험관리상의 허점을 두고 시험본부장인 홍문화국립보건연구원장은『출제위원들이자기문제를 사전에 누설했다고 가정하면 조립방식에 의해 완전한 문제가 나올 법한 가능성은 있으나, 적어도 출제할 때 서약까지한 대학교수의 인격과 양심을 믿지 못한다면 그밖에무엇을 믿겠느냐』고 한숨을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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