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마스터 카드 5억달러 환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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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용카드 회사들이 신용카드를 해외에서 사용할 때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환전 수수료를 명확하게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소한 5억달러를 물어낼 위기에 처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이 11일 보도했다.

AWSJ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의 로널드 M 사브로 판사는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비자 인터내셔널.비자USA.마스터카드 인터내셔널 등을 상대로 제기한 환전 수수료 소송과 관련된 예비판결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사브로 판사는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해외에서 물품을 구입할 때 적용하는 환전 수수료에 대해 확실하게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1996년부터 받아온 1%의 수수료를 고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정했다.

환전 수수료를 신용카드 해외 이용대금에 슬쩍 포함시켜 카드 이용자가 수수료 부담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게 한 것은 잘못이라는 얘기다. 원고 측의 법무법인 밀버그 와이스는 "이번 판결은 소비자들의 승리"라며 두 카드사가 환불해야 할 수수료가 최소 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경우 신용카드 고객들은 보통 해외 사용액의 3%를 환전 수수료로 부담한다. 이 가운데 1%는 해외 제휴카드사인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챙기고 나머지 2%는 카드를 발행한 은행에서 수수료로 가져간다. 전업 신용카드사인 MBNA처럼 비자.마스터카드 수수료만 부과하는 곳도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마스터카드 관계자는 "이번 예비 판결은 전례없이 비논리적이고 비정상적"이라며 "항소하면 판결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어떤가=비자.마스터카드의 한국 법인들은 미국 법원의 판결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자코리아 관계자는 "수십년간 환전 수수료를 부과한 다른 지역과 달리 한국은 2002년 2월부터 환전 수수료를 매기기 시작했다"며 "카드 발급사에 환전 수수료가 이용대금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충분히 알리도록 했으며, 실제로 이용대금 명세서에 이같은 내용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 카드 이용자들은 카드 해외 이용금액의 1.5~2.1%에 해당하는 환전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 이 수수료 가운데 일부를 비자(1%).마스터카드(1.1%)가 챙겨간다. 국내 카드 발행사들은 나머지 0.5~1%의 수수료를 환가료 명목으로 가져간다.

일부 카드사의 경우 비자.마스터 카드의 환전 수수료율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소정의 수수료'가 해외 이용대금에 포함돼 있다는 내용만 고지하는 수준이어서 고객들이 자기가 부담하는 수수료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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