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중앙문예」시조 당선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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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
짜개진 석류빛을
바늘귀에 꿰어달아
손톱 밑 온갖 죄를
색색이 실로 풀면
이승에
못다한 한이
학이 되어 앉았네.
2
마른 나무 눈 쌓이면
왼, 바늘 절로 뜨고
기나긴 옛 정이야
실패에 감아두리
품으로
타오르는 건
한 꾸러미 찬 놀인가.
3
수를 놓는 밤도
청산 위에 달은 솟아
옆 손가락 마디마디
분홍 신발 끄는 소리
나 또한
수실로 뜨여
참회하는 옥토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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