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국제중 교감 일요일 학교서 숨진 채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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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입시부정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영훈국제중학교 김모(54) 교감이 16일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강북경찰서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50분쯤 교무실에서 나오는 현관 계단에 김 교감이 숨져 있는 것을 순찰 중이던 경비원이 발견했다. 사망 시간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김 교감 집무실 책상 위에 유서로 보이는 듯한 A4 용지 두 장짜리 자필 문서가 발견됐다.

 김 교감은 이 문서에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앞으로 영훈국제중학교를 잘 키워달라”고 밝혔다.

 김 교감은 이달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두 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2013년 입시 전형에서 성적을 조작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북부지검 관계자는 “김 교감을 검안(檢案)한 결과 타살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를 하거나 모욕을 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영훈국제중에 대한 특별감사를 통해 조직적인 입학비리 의혹을 포착하고 김 교감과 입학관리부장·교무부장 등 관련자 11명을 지난달 20일 검찰에 고발했다.

 이 학교는 올해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모집 정원의 3배수(384명)를 뽑는 일반전형 1차 서류전형에서 담임교사 추천서와 학생의 자기개발계획서 등을 평가하는 주관적 영역 점수를 고쳐 특정인을 합격시키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조작을 통해 합격권에 들지 못했던 6명이 1차 전형을 통과했고 2차 추첨에서 3명이 최종 합격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영훈국제중과 김 교감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31일 행정실장을 구속했다. 김 교감은 입시부정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왔다. 경찰은 김 교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교감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되 다른 피고발인과 학교 관계자에 대해서는 차질 없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교 측은 학생들이 받을 충격을 우려해 17, 18일 이틀간 휴업키로 했다.

이한길·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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