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대북송금은 통치행위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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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 국민적 합의 안거쳐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 송금의 내막을 밝힐 수 없는 통치행위라고 말하지만 승복할 수 없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통치행위라는 이론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 통치 이론의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하는 학자들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행위로, 그 범위를 대통령의 국민투표 회부권, 정부의 승인 같은 외교행위 등에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한다.

남북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일반 기업을 통한 정부의 대북 송금은 통치행위의 적용 범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현 정권에서 행한 대북 송금이 남북한 협력과 화해를 위한 역사적인 통치행위로 정당화되려면 최고통치권자의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해야 한다.

과연 현대를 통한 송금과 대북 거래가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지는 판단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시 말해 국민적 합의 내지는 묵시적인 사회적 동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과연 생략될 수 있으며 야당과 국회 등의 동의를 구했느냐는 것이다.

어떤 이는 독일의 예를 들지만 당시 서독이 동독에 대한 경제 지원의 통치행위를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동의없이 정부의 독단적인 절차와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진행했던가.

윤익중(통일연구원/전 연구자문위원)

*** [바로잡습니다]

◇2월 11일자 30면 '온&오프 토론방'의 토론자 윤익중씨는 통일연구원 전(前)연구자문위원으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