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대원국제중 입시 올부터 주관적 영역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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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영훈·대원국제중 입시가 단계적으로 서류전형을 없애고 추첨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방식으로 바뀐다. 입시비리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두 국제중은 현재 입시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13일 발표한 국제중 입학전형 개선방안에 따르면 올해 입시부터 서류전형 중 주관적 영역 평가(100점 만점 중 23점)가 없어진다. 서류전형은 내신성적과 출석 등을 보는 객관적 영역과 자기개발계획서·교사추천서의 서술문항 등을 보는 주관적 영역으로 나뉜다. 영훈국제중은 지난해 입시에서 주관적 영역 점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성적이 낮은 학생 6명을 합격권에 들게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시교육청은 대신 학생의 인성·창의성·자기주도학습능력을 객관적인 척도로 평가하는 교사 체크리스트(40점)와 내신성적(50점)·출석 및 봉사활동(10점)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했다.

 ‘사회통합전형’으로 이름이 바뀌는 사회적배려대상자(전체 정원의 20%) 전형도 대폭 손질한다. 먼저 부모 소득이 상위 20%(연소득 6703만원 이상)인 가정의 자녀는 지원할 수 없다. 이전까지는 소득 기준이 없어 부유층 자녀들이 이 전형을 통해 합격해 논란이 됐다.

 사회통합전형에도 추첨제도가 도입된다. 그동안 일반전형은 서류심사로 3배수를 뽑은 뒤 공개추첨을 해왔지만 사회통합전형은 서류심사만으로 합격자를 결정했다. 추첨은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에서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을 정원의 70%까지 뽑고 이후 2단계와 3단계에서 1단계 탈락자와 다문화·다자녀·한부모 가정 자녀 등을 선발한다. 시교육청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 사회통합전형 정원의 최대 90%까지 뽑힐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지원하는 내년부터는 아예 서류전형을 폐지하고 지원자 전원 대상 추첨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이에 대해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원래 잘하는 학생을 뽑는 선발 중심이 아니라 잠재력 있는 학생을 뽑아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교육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이 서둘러 입시 개선안을 내놓은 건 현실적으로 국제중 폐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제중은 5년마다 평가를 통해 설립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만 인가를 취소할 수 있다. 영훈·대원국제중에 대한 평가는 2015년 상반기에나 가능하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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