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부당하게 인하 압박 땐 CEO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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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앞으로 정부나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유지관리하는 업체는 보수를 지금의 두배 가까이 받게 된다. TV홈쇼핑 채널의 프라임 시간대에 중소기업 제품의 편성은 지금보다 월 9시간 늘어난다. 또 원청업자는 납품단가를 결정하거나 변경할 때 관련 거래기록을 3년간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부당 하도급 거래를 하다 적발되면 최고경영자(CEO)까지 고발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13일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부당단가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부당 단가인하는 중소기업의 경영 악화와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한다”며 “공공부문부터 솔선해 부당 단가인하 관행을 시정하는 조치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면서 그간 국내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2005년 33.1%에서 2010년 26.7%로 떨어졌다. 대기업 대비 임금 수준도 2005년 52.2%에서 2010년 46.9%로 추락했다.

 부당한 단가인하 관행에는 정부나 공공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 분야가 소프트웨어다. 그간 소프트웨어는 무형물이라 재산권 보호가 어려웠다.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관리업체는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수를 받아왔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구입가의 8% 수준인 유지관리 대가 예산을 2014년까지 평균 10% 수준으로, 2017년까지 15% 내에서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하는 등 우선 공공부문부터 소프트웨어사업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공공발주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관리업체가 지금의 배 가까운 보수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판로 개척 지원을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내년 안으로 TV홈쇼핑 채널의 프라임 시간대에 중소기업 제품 편성을 월 9시간 확대하기로 했다. 또 프라임 시간대에 과중한 정액수수료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수료 부담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부당 단가인하 관련 대기업 규제는 한층 강화된다. 내년 말까지 납품단가를 결정하거나 변경할 때는 협상에서 합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거래기록을 남겨 3년간 보관해야 한다. 또 당장 이달 말부터는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도 ‘대금지급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해 1차 협력사에 지급한 거래대금이 2, 3차 협력사에 잘 지급되는지를 관리·감독하기로 했다.

 공정위 정진욱 기업거래정책과장은 “그간 대기업이 거래 중소기업에 납품단가 인하를 무리하게 요구하면서 관련 기록을 남기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 왔기 때문에 제도를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법을 어겼을 경우 제재는 대폭 강화된다. 부당 단가인하의 경우 그간 주로 법인이 고발됐지만 올해 말부터는 이에 개입한 CEO를 비롯한 개인도 고발 대상이 된다. 또 상습적으로 법을 위반한 사업자는 공공부문 입찰 참가가 제한된다.

세종=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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