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창’ 명가 ‘방패’ 뚫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바 ‘창’ 명가 ‘방패’ 뚫었다.

‘축구지존’ 브라질이 잉글랜드를 제물로 8강 벽을 허물며 4강에 가장 먼저 안착했다.

브라질은 21일 시즈오카구장에서 벌어진 잉글랜드와의 ‘세계최고의 빅 경기’에서 히바우두의 동점골과 호나우디뉴의 그림 같은 역전 프리킥 골로 마이클 오언과 데이비드 베컴이 분전한 잉글랜드를 2-1로 따돌렸다.

이로써 브라질은 오는 26일 사이타마에서 터키-세네갈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된다.

동점 골을 넣은 히바우두는 5골로 동료 호나우두, 미로슬라프 클로세(독일)과 함께 득점 공동 1위에 올라서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한 레이스를 예고했다.

통산 5회 우승을 노리는 브라질은 필승카드 호나우두-히바우두-호나우딩요 등 3R카드를 내세웠고 잉글랜드는 데이비드 베컴의 지휘아래 오언, 헤스키, 스콜스등이 일사천리 움직이면서 브라질 문전을 위협했다.

상대 골 문을 연 팀은 공격축구로 나선 브라질이 아닌 잉글랜드였다. 전반 23분 아크 중앙에 위치한 헤스키가 크로스 센터링한 볼이 브라질 수비수 루시우의 다리를 맞고 굴절되자 뒤를 받치던 오언이 번개처럼 달려들어 가로챈 뒤 달려나오는 골키퍼를 넘겨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잉글랜드는 전반 내내 수비위주로 나서다 단 한번의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집중력을 보였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한 골에 만족한 듯 이후 수비위주로 플레이를 나서면서 브라질의 공세가 강화되는 실수를 초래했다.

전반 45분이 지나고 인저리 타임 때 환상적인 드리블로 문전 중앙을 돌파하던 호나우디뉴가 수비수 5명을 끌어들이고 골지역 오른쪽에서 ‘골 맛’을 기다리던 히바우두에게 적절히 찔러줬고 히바우두는 특유의 왼발로 왼쪽 골문 구석으로 차 넣어 동점으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 들어 브라질의 공세는 더욱 강력해 졌다. 그리고 승부는 의외로 초반에 갈렸다.

5분께 스콜스의 반칙으로 패널티 지역 오른쪽 박스에서 얻은 프리킥을 호나우디뉴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깜짝 슈팅을 감행, 골로 연결시켰다.

잉글랜드 골키퍼 데이비드 시먼이 센터링인줄 알고 전진한 사실을 간파한 호나우디뉴의 재치가 돋보인 순간이었다.

호나우디뉴는 7분 후 상대선수를 발로 찍어 주심으로부터 곧바로 ‘레드 카드’를 받고 퇴장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브라질은 호나우디뉴의 퇴장으로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맞이했지만 특유의 개인기로 잉글랜드의 공세를 적절히 방어하면서 2-1의 승리를 지켜냈다.

반면 위기에 빠진 축구종가를 구하기 위해 스웨덴 출신의 명장 에릭손 감독을 영입하면서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탄 잉글랜드는 전반 오언의 골로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첫 골에 너무 위안을 삼은 나머지 제대로 된 공격을 만들지 못했고 베컴이 부상 후유증으로 후반 전혀 움직이지 못해 분루를 삼켜야 했다.

양 팀의 주전 스트라이커 호나우두와 득점을 기록한 오언은 이날 그다지 좋은 몸놀림을 보여주지 못하고 후반 나란히 교체됐다.

한편 호나우디뉴는 이날 득점에 이어 퇴장까지 당해 가린샤, 하석주에 이어 가린샤클럽에 새로 가입(?)하는 멤버로 기록됐다.

이병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