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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경기와 한국의 책임-홍종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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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년에 한번만큼 열리는 「아시아」의「올림픽」「에이시언·게임」이 내후년 제6회의 대회를 열게 될 것이냐 어떠냐하는 문제는「아시아」지역 19개 가맹국 자유세계 청소년들의 친선과 용기를 북돋우어 주는 일에 중대한 관계를 가지는 문제일뿐더러 우리한국 체육계와 정부의 신의에 관한 용이치 않은 문제로 되어 있음을 주목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돌연한 주최권 포기>
지난번 66년 태국의 수도「방콕」의 제5회 대회 때 열린「에이시언·게임」연맹총회를 앞두고 다음대회의 주최를 위하여「실론」「이란」등의 몇 나라가 맹렬한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약1만 「달러」의 경비를 써가면서 한국의 주최권을 획득키 위하여 동쪽은 일본으로부터 서쪽은「이란」까지 「스포츠」사절단을 파견하기도 했던 것이다.
마침내「방콕」의 대회가 열렸을 때 동 연맹총회에서는 한국의 열성과 한국의 근래의 활기 띤 발전상에 유의하면서 한국의 운동경기 각 분야의 발전을 참작하여 다음의 1970년 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키로 만장의 합의를 보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러한 국제적인 중요한 종합 경기대의를 서울에서 개최토록 결정을 보기까지에는 총회에 모인 회원국 대표들이 무엇보다도 한국의 열성에 찬의를 표했던 점을 잊어서 아니될 것이다. 사실 그러한「올림픽」규모의 대회를 의해서는 아직 우리나라의 시설의 부족을 지적치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때문에 대회장의 시설과 조직·운영의 책임을 위하여 동 연맹규약에는 대회 주최를 신청할 때 민간의 경기연맹 측 대표자와 정부의 책임자가 이름을 나란히 적고 성명케 되어있는 것이다. 한국정부에서는 정일권 국무총리가 그 신청서에 서명했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지난 봄 우리 정부에서 돌연 대회를 주최할 수 없다고 주최권의 포기를 선언했던 것이다.

<무시 못할 재정부담>
그 이유는 대회를 위한 시설이나 운영을 위한 재정상 문제 때문이 아니고 안전보장상의 난점 때문이라고 했던 것이다. 사실 지난1월21일의 북괴공산도당이 파견한 무장공비 일단이 서울에까지 침입하여 바로 시가전을 벌이다 시피된 광경도 보았고 또 그전부터 북괴는 다수한 간첩을 침투시키는 한편 무장공비를 계속 파송하여「게릴라」전을 벌이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런 종류의 침략음모가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들 수 있겠느냐하는 것은 절대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무모한 인명소모의 불장난에 불과한 것임은 더 말할 것 없으나, 그러나 북괴 도망은 여전히 무장공비를 침투시켜 최근에는 동해안으로 네패의·약60명의 공비를 침투시켜 거의 전멸을 보고있다. 이런 사태를 생각할수록, 대단히 미안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없겠으나 우리정부로부터 「에이시언·게임」의 주최를 포기치 않을 수 없다는 결단을 내렸던 것은 현명한 조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대회는 어느 나라에서 개최케 될 것이냐, 한국이 주최할 수 없다고 하여 70년의 제6회 대회를 아주 죽여버릴 수도 있을 것이냐 하는 것은 한국자신만의 책임이 아니고 실로 「아시아」19개국 자유세계 청소년들의 체육활동을 통한 슬기와 친선을 키워주는 정신운동을 위한 동 연맹 자신의 문제가 아닐 수 없고 따라서 회원국 당사자들이 대회의 개최를 위하여 서로 적극 노력치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한국측 대표 장기영씨를 비롯한 체육관계 인사들이 힘을 다하여 다음 대회를 궐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중태국에서 개최키로 일단 수락은 하되 여기에 조건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대회를 주최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큰 명예임에는 틀림없으나 적지 않은 재정상 부담이 따른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인 것이다.

<명예 걸고 추진해야>
이런 경우에 태국이 제5회의 전번 대회를 주최하고 다시 제6회를 주최해 달라고 동 연맹관계자들이 부탁한 이유에는 지리적인 관계도 있을 것이고 또 전번에 주최했던 경험을 다시 살려 달라는 뜻도 있을 것이나 한편으로 태국이 이를 일단 수락케 된데는 태국이 누구보다도 우리나라와 각별한 친선관계를 가진 나라로서 한국의 처지를 깊이 이해하고 동경의 뜻을 가진 때문도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런 점에서 태국이 한국의 서울대신 「방콕」을 다음 대회 개최지로 수락했을 때 그것이 아무리 재정관계의 조건이 붐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재정조달의 형편에 따라서는 거부할 수도 있을 성질의 경우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연맹회원국들의 추천이나 자유 「아시아」청소년들의 열망을 간단히 저버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태국정부로 하여금 과중한 재정적 부담을 해 달라고는 아무도 쉽사리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태국도 결코 여유가 많은 나라라고 할 수도 없다.
이러한 경위에서 제6회「아시아」의 「올림픽」대회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하고 또 그 재정적 도움을 제공하는데도 결코 인색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나라가 우리 한국인 것이다. 다음의 대회가 「방콕」에서 순조롭게 열릴 것이냐 어떠냐 하는 문제를 위하여 우리 정부와 체육계는 나라의 위신과 명예를 걸고 적극 추진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내일의 주인은 지금 억세게 자라는 청소년들이요, 내일의 시대는 「후진」이라는 이름을 벗어 버려야 할 「아시아」의 자유세계 청소년의 기백과 그 피땀의 노력에 기대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들 청소년의 가슴에 뛰는 정열을 어떻게 하면 되도록 더 크게, 보람있게 북돋워줄 것이냐. 「에이시언·게임」을 적극 추진시켜야 할 우리의 명예와 책임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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