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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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의 결과는 오늘 안에 판명된다. 그 엄청난 선거자금과 광열적인 선거운동으로 1년 가까이나 들떠왔던 미국민은 혹은 「스포츠」 경기를 볼 때와 같은 「드릴」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들어올 때마다 일희일우하는 입후보자들의 심경은 어떨지 적이 동정이 간다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행복보다는 불행을 더 안겨주기 쉬운 것이니 말이다.
대통령이란 「위엄 있는 노예」나 다름없다고 「앤드루·잭슨」은 말한 적이 있다. 「트루만」은 대통령의 자리란 사자를 타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었다. 만일에 잘못타면 사자의 밥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세상에서 가장 좋은 감옥』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통령. 그것은 어느 의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그러기에 또 영광스러운 자리이다. 그러나 권력의 정상에 앉아있다는 것은 그만큼 고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직이란 새 벗을 사귀는데 좋은 자리가 못된다. 나는 그저 옛 친구들이나 지켜나가겠다.』 이렇게 「케네디」가 말한 적이 있다. 「태프트」는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자리』라고 말했었다.
원자탄을 투하하느냐, 전면단폭을 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최고결정은 오직 대통령 일개인에게 달려있다. 정책결정을 위한 의논 상대는 많아도 궁극적인 책임은 그 혼자 져야한다.
이런 외로움과 대통령직이 강요하는 견디기 어려운 격무. 그러기에 「존·퀸스·애덤즈」는 『나의 일생을 통해서 가장 비참했던 4년간은 대통령직에 있던 4년간이었다』고 말했던 것이다.
「대통령에 취임한 첫 5일간에 나는 마치 인생을 다섯번 살아나간 것처럼 느꼈다.』- 이렇게 술회한 「트루만」의 얘기는 그러니까 조금도 과장은 아닌 모양이다.
이처럼 개인에게서 행복과 웃음을 앗아가고 뼈를 깎아 내듯 한 고통을 끊임없이 주는게 대통령의 자리. 그럴 줄 알면서도 뭐 때문에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인지.
숭고한 사명감 때문인지 단순한 권력욕 때문인지. 그것은 아마 오늘 안에 판가름되는 승자나 패자 자신도 잘 모르는 얘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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