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이면 DNA 보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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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DNA 은행을 이용하지 않고도 개인이 몇만원대의 돈으로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상온에서 보관하는 시대가 열렸다.

바이오 벤처인 굿젠의 문우철 대표(중앙대 의대 교수)는 최근 유전자를 실온에서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DNA 카드를 최초로 개발, 판매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개인의 DNA를 보관하려면 인체조직에서 DNA를 분리한 뒤 영하 70도의 특수 저온냉동고에 보관해야 한다. 국내에는 아직 이런 식의 DNA은행도 없다. 서구에서는 최근 들어 여행자 및 상해보험 가입자, 또 군인들의 DNA를 보관하기 위해 DNA은행이 설립되고 있는 추세다.

개발된 DNA카드는 실온에 보관해도 DNA가 파괴되지 않는다. DNA가 자연상태에서 쉽게 망가지게 만드는 DNA 분해효소로부터 DNA를 차단할 수 있는 특수물질을 개발, 채취한 조직에 코팅을 한다. 이 물질은 현재 국내외에 특허 출원 중이다.

이 DNA카드는 재해 발생시 등에 개인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사용될 전망이다. 외국에선 해외여행자나 군인,선원이나 소방관 등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직업군에서 DNA은행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친자(親子)증명이나 가계 증명이 필요한데 본인이 없을 때, 또 아기가 뒤바뀌거나 유괴됐을 때를 대비해 미리 보관할 수도 있다. 군인의 경우 DNA카드가 활용되면 군번표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미묘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원자력발전소 종사자나 지하철 근무자와 같이 위해 유해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직업군의 경우 취업 전에 DNA를 보관해두었다가 장기 근무한 뒤 유전자를 비교해 돌연변이 상황이 발생하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는 것.

문교수는 "자신의 DNA를 가정에서 직접 보관함으로써 자칫 잃을 수 있는 개인의 권리를 찾는데 활용하는 것이 개발 목적"이라고 말했다.

카드 종류는 크게 개인 단위의 '마이 DNA카드', 가족 단위의 '패밀리 DNA카드', 단체용인 'DNA앨범'으로 나뉜다. 가격은 개인용은 2만원, 가족용은 5만원선.

한두 방울의 혈액만 채취.보관하기 때문에 60만 군인의 DNA를 보관해도 1백50권의 앨범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02-3409-0561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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