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콤플렉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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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의 금「메달」도전은 또다시 수포로 돌아간채「멕시코·올림픽」은 막을 내렸다.
지난 일요일, 노변의「라디오」중계앞에 성황을 이루고 행인들이『금이냐, 은이냐』에 귀를 모으고 있는 광경은 자못 심각한(?)표정들이었다. 실망하고 돌아서는 발길들이라니 하나같이 풀이죽어있었다. 「올림픽」때마다 겪는일이긴 하지만, 일종의「올림픽·시니시즘」(올림픽멸시)에 빠지는것은 이쪽의 한낱「센티멘틀」인가. 「케냐」의 경우, 육상에 출전한6명의 선수가 금3, 은4, 동2 등 9개의「메달」기록을 세웠다. 쌍관, 3관의 초인적기록이야 바랄 수없지만, 그래도 금하나쯤이야하는 기대는 간절했다.
혹시 작전의「미스」는 없는지 모르겠다. 계획적으로 정예주의에 매진하면 어떻게될까.「팀·워크」의 경우는 기록의 급격한 성장을 바라기힘들 것이다. 「멤버쉽」이라는 개성의 조화도문제지만, 기술의 평균적 성장, 또 그조화 속에서의 상승적효과는 더구나 힘든 일이다.
결국은 개인기에 의존한 단독「플레이」를 개발하는편이 「금」에 도전하기는 훨씬 쉽다. 만일 이번의「올림픽」출전예산인 6천96만원을 절반쯤 떼어, 그런 개인기의 개발에 일찍이 투자했던들, 금에의 길은 한발짝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장황한「대군주의」보다는「정예」,「정예」에만 치중하는 것이다.
이런 궁여지책을 짜내자는 의도에 물론「올림픽」성화주의자들은 질색을 할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참가에 의의를 찾기엔 너무 정치적이고, 너무 위선적이 되어버린「올림픽」이 아닌가.
달리 생각하면 국책적인 배려 없이는 우리는 「올림픽·콤플렉스」를 좀처럼 버리기 힘들 것 같다. 가령 공부에 매달려야하는 소년성장기의 악조건, 운동장이 좁은「아스팔트·킨트」(도시아)들의 「왜소화」의식, 농촌소년들의 영양공급 불충분…을 극복하지않고는「올림픽」과 같은 세계무대에서는 저력에서부터 벌써 한발짝뒤질것 같다. 게다가「스포츠」정신의 유한화도 문제가 된다.
바지가랑이에 모래를 한말(斗)씩 넣고 뜀박질을 했다는 일화들은 웃음거리만은 아닌 것이다. 그 집요한 도전, 인간정신의 극치. 그것을 극복한 다음에야, 금이냐, 은이냐에 관심을 쏟아야할것이다. 우리는 그「스포츠」정신부터 다시 배워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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