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식량대란 닥쳐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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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명이 기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오는 9월에 수확할 비상식량의 재배를 돕고자 구호기금 마련에 나선 영국의 '기독교구호운동'(Christian Aid)의 도미닉 누트는 말라위에 임박한 식량난에 대해 CNN에 기고문을 보내왔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말라위 역시 심각한 기아의 위험에 처해 있으며 매일같이 굶어 죽는 사람들의 무덤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식량이 단 몇 주분 밖에 남지 않은 상태이다.

또 다른 일부는 이미 식량이 동나서 이웃에게 구걸하거나 귀족 소유의 옥수수 밭을 헤매며 주워 먹을 것을 찾고 있다.

또한 일부 여성 및 심지어 어린 소녀들까지도 다음날 연명할 말라위 돈 몇 콰차(1달러= 74콰차스)를 마련하기 위해 몸을 팔고 있어 대규모 기아사태가 닥칠지 모른다는 불길함을 더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기근 뿐 아니라 에이즈 바이러스까지 만연하고 있어 화대를 지불한 남성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파트너와 함께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들 중 상당수는 이렇게 섹스 상대로 몸을 파는 것 말고는 딱히 대안이 없는 상태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구호의 손길이 뻗치지 않는다면 심각한 식량 기근과 치명적인 에이즈 바이러스로 남아프리카 전역의 많은 촌락들이 파괴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식량계획과 UN 식량농업기구는 지난 주 성명을 통해 남아프리카 지역 내 6개국의 약 1천 3백만명에 이르는 인구가 기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 성명서는 "이 지역에 지난 십년동안 가장 끔찍한 규모의 대량 기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위협을 받고 있는 지역은 짐바브웨와 잠비아, 말라위, 레소토, 스와질란드, 모잠비크이다.

경제 상황이 가장 좋을 때라도 가난한 가정에서 에이즈 환자를 돌보는 것은 상당히 큰 부담일 수 있다. 대부분은 약물치료나 병원비를 댈 여력이 없는데다가 에이즈가 완전히 발병한 단계에 접어든 환자들은 24시간 내내 친지들의 보호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식량이 부족한 때에는 가족 모두가 각각 연명하기 위해 다음 추수 때까지 생존할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에이즈 환자는 일을 할 수는 없어도 여전히 먹을 음식이 필요하지만, 밭일에 나서야 하는 환자의 친지들 역시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말라위의 마크호타 마을에 사는 15세의 페인 마코토는 에이즈가 완전히 발병한 상태이며 아마 살 날이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가 않았다. 이 소녀는 자신의 신체 기능 통제 능력을 상실했다.

종종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거나 고통스럽게 기침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자신의 조그마한 집 바깥에 누워 움직이지도 못한다. 아발리레니 미첸가라는 25살의 그녀의 언니는 동생 얼굴로 파리가 날아들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다.

아발리레니는 "나는 음식을 구하려 밖에 나가야 하지만 여기 머물러 동생을 돌봐야 한다"며 "밭에 쌀이 좀 있긴 하지만 수확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난 도둑이 쌀을 가져갈까 두렵다"고 말한다.

또한 "만약 내가 살아남는다면 내년 수확기 때 조금이라도 식량을 얻기 위해 밭을 갈아놔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잡초들이 들어서서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다른 식구들도 죽어가고 있고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래서 내년에도 배고픈 삶을 살게 될 것이다"고 호소했다.

짐바브웨와 잠비아, 말라위, 레소토, 스와질란드, 모잠비크 등에 위기가 임박한 상태다.
칸두야 마을 부족장은 연명하기 위해 잡초를 먹을 수밖에 없는 주민들에 대해 증언한다. 그는 지금까지 이 정도로 사태가 악화 된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필립 므토브와는 팔롬베의 남부 지역에서 기독교구호운동의 후원으로 '리콜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시작된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소수의 직원들과 상당수가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무보수 자원봉사자들은 지역사회에서 에이즈 교육과 감염자 간호업무를 맡고 있다.

므토브와는 현재의 식량 기근은 직접적으로는 그가 살고 있는 지역의 에이즈 감염률 증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아픈데도 에이즈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들이 많으며 농촌 지대의 많은 마을은 접근하기가 어렵다. 우리 지역 20% 이상의 주민들이 에이즈 감염 상태에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지난 몇년간 이 교육 프로그램 덕분에 에이즈 감염률이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올해 식량 기근이 시작된 이후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들이 증가하게 됐다. 사람들은 식량살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팔고 있다. 10살 밖에 안 된 여아들을 포함해 상당수 여성들이 자신들과 성교하는 대가로 돈을 지불할 남자들을 찾으러 유흥가를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말라위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블란티르 북부 좀바 지역에서 기독교구호운동의 지원으로 구호 사업을 벌이고 있는 '블란티르 회의'의 위티 미다야 공동 책임자는 "옥수수 가격이 1 kg당 약 37 콰차 정도로 오르면서 옥수수 보족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 정도는 가난한 가족의 일주일 소득에 해당되지만 옥수수 1kg은 단 하루 식량이다. 남자들은 이런 상황을 악용해 왔다. 에이즈는 이제 진곤 지역에 만연한 질병이다"고 전했다.

MULOMBA, MALAWI (CNN) / 김내은(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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