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설] 영훈·대원 인가 취소하고, 국제중 전면 재검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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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영훈·대원 국제중에 대해 한 달 이상 종합감사를 실시하고 어제 발표한 내용을 보면 ‘부정·비리의 온상’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두 학교의 인가를 취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중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

 가장 심각한 비리는 입시 부정이다. 영훈중의 경우 입학관리를 총괄하는 교감, 입학관리부장, 교무부장의 주도로 성적을 조작해 미리 정해 놓은 학생을 합격시키거나 떨어뜨린 사실이 드러났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서 부정이 있었던 것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사례를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많은 소문이 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 두 학교 모두 서류심사 때 인적사항 가림(봉인) 조처를 이행하지 않고 개인별 채점표 등 관련 서류를 폐기한 것도 의혹을 더한다. 장학금 지원 계획 미이행, 교사 채용 부정, 이사장의 학교 회계 관여, 징계권 남용 등도 가벼운 일이 아니다.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비리가 저질러진 것으로 보인다.

 두 학교는 글로벌 인재 육성, 장기 해외 거주 학생의 교육연계성 강화, 조기유학 폐단 해결 등을 설립 취지로 내걸고 2009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모집했다. 하지만 졸업생이 대부분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에 진학하는 등 ‘대학입시 명문고’로 이어지는 사다리 구실을 해왔다. 학부모가 부담하는 교육비는 대학 등록금을 웃돌고, 국제중 입시를 겨냥한 사교육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신입생의 절대다수는 사립초등학교나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인 강남 3구 출신이다. 국제중에 가려는 초등학생의 성적을 올려주려고 반 전체가 학교생활기록부를 고치는 교육 파행도 보고된 바 있다. 명문대 진학과 인맥 형성이라는 특권을 일찍부터 보장받으려는 일부 계층의 욕구가 일그러진 교육과 결합해 갈수록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는 것이다. 부정과 비리는 이런 구조의 필연적인 산물이다.

 두 학교는 국제중으로서 존속할 이유가 없다. 재단 임원을 바꾸고 학교 운영을 개선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당국은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두 학교의 인가를 취소해 부정과 비리의 고리를 끊기 바란다. 나아가 의무교육인 중학교 단계에서 이런 예외적인 학교가 왜 필요한지를 본격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중학생 차원의 글로벌 인재라는 개념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우리 교육현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 뒤에도 국제중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적어도 국공립으로 전환해 제대로 된 운용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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