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직장어린이집 활성화, 기업의 인식 전환이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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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여성가족부 등이 10일 발표한 ‘직장어린이집 활성화’ 대책은 그동안 걸림돌이 됐던 규제들을 완화하고 지원책을 강화해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대형 사업장의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화 규정은 1991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현재 의무를 이행하는 업체는 39.1%뿐이다. 기업들은 대체로 까다로운 규제와 운영비 부담 등을 이유로 의무 이행을 미뤄왔다. 이에 정부는 설치비를 대폭 지원하고, 보육실을 1~5층에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하고, 건물 신·증축 시 용적률을 완화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이로써 2017년까지 의무사업장 설치 비율을 7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직장 보육시설 의무가 없었던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설치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진행됐던 형식적 대책보다는 한 발 더 나아가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조윤선 여가부 장관은 “이번 대책이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우수한 여성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일과 가정을 양립시킬 수 있는 가족 친화 직장문화를 정착시키는 정책의 일환”이라며 기업의 적극적 동참을 호소했다. 실제로 이번 대책이 효과를 거두는 관건은 기업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여성정책이 과거 고용평등과 모성보호 등 여성 개인의 권리 신장과 보호에서 최근 ‘일과 가정 양립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기업들은 많은 부담을 호소해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4월 여가부가 조사한 ‘일·가정 양립에 대한 기업의 인식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90%가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적극 실시하겠다는 대답은 30%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저출산 해소와 여성인력의 확보를 위해서 기업과 남편들이 부담을 공유토록 하는 ‘일·가정 양립 제도’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이번 직장어린이집뿐 아니라 앞으로 안전한 양육과 보육을 위해선 엄마와 아빠의 육아휴직 확대 등 갈 길이 멀다. 기업들이 ‘일·가정 양립’을 새로운 부담과 비용이 아닌 새 시대의 사업환경으로 인식해 적극 동참하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