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동창 로펌 변호사 둘 서울과 뉴욕서 소송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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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여고 동창지간인 국내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 중 한 명은 미국 주요 로펌의 국제중재 전문가로 근무하다 국내 로펌에 스카우트된 경우라서 한·미 로펌의 문화적 차이 논란도 일고 있다.

 9일 국내 로펌 관계자 등에 따르면 미국 로펌 ‘베이커 앤드 맥킨지(Baker & McKenzie)’의 파트너 변호사였던 Y변호사(45)는 지난해 6월 고교동창인 국내의 A로펌 소속 K변호사(45·연수원 23기)로부터 영입제의를 받았다. Y변호사는 가족 사정상 귀국을 원했던 터라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9월 로펌에 합류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사표를 내고 다른 로펌으로 이직했다.

 그러자 A로펌 측은 지난 3월 Y변호사를 상대로 “회사 측이 지급한 돈 등을 반환하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정산금 소송을 냈다. 한 달 뒤 Y변호사는 K변호사를 상대로 맞소송을 냈다. 미국 뉴욕주 법원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구하는 배심재판을 청구했다.

 두 사람 간의 소송전은 국제 중재 전문지인 ‘글로벌 아비트레이션 리뷰(GAR)’에 지난달 중순 상세히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Y변호사는 소장에서 “영입 전에 국제중재팀의 공동팀장으로 주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으나 들어와 보니 결정할 때마다 다른 파트너의 결재를 받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 단순히 영문으로 된 소송서류를 번역하는 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A로펌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2년간 파트너급의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영입했을 뿐 전권을 준다는 약속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A로펌의 고위 관계자는 “어느 로펌이 고액 연봉을 지급하면서 단순 영어번역을 시키겠느냐”며 “그가 로펌에 합류하자마자 사소한 불만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불만이 쌓여 (스스로)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쟁을 두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외국 변호사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숫자가 많아지면서 생긴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외국변호사 수도 적고 경력도 많지 않은 변호사가 대부분이다 보니 외국변호사들은 부수적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사정이 달라졌음에도 과거 기준으로 대우하다 보니 갈등이 생긴다는 얘기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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