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보다 싼 조합원 입주권, 매력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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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계획인 김모(45·경기도 성남시)씨는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서울 성동구 한 재개발 단지의 일반분양분과 동·호수가 정해진 조합원 입주권을 놓고 어느 것을 구입할지 저울질 중이다. 김씨는 “입주권은 청약 절차를 거치지 않고 층·향·동이 좋은 대신 목돈이 필요해 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일반분양이 본격화되면서 이 같은 고민을 하는 주택 수요자가 늘고 있다. 조인스랜드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이달에만 6개 단지 3000가구가량이 주인을 찾아 나설 예정이고 연말까지 총 16개 단지 6000가구 정도가 분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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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대체로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에 편의시설을 잘 갖춘 도심 신규 주택이어서 수요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최근 분양된 마포구 공덕파크자이 등이 대부분 주택형에서 순위 내 마감 실적을 보였다. 그런데 주택시장 침체로 저렴한 입주권이 많이 나오면서 재개발·재건축 단지 수요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오는 10월 분양 예정인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 1구역 84㎡형(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예상 일반분양가는 6억원 정도지만 입주권은 5억500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성동구 금호13구역 84㎡형 입주권도 5억8000만~6억원 정도로 예상 일반분양가(6억5000만원 선)보다 저렴하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도 비슷하다. 강남구 대치동 청실 84㎡형 입주권 시세는 11억원가량으로 일반분양가보다 5000만원 이상 싸다.

 전문가들은 청약 자격, 가격 부담, 세제 혜택 등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주권은 일반분양과 달리 청약통장이나 청약가점과 무관하다. 청약통장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또 일반분양 물량에 비해 대체로 층·향·동이 좋은 게 매력이다.

 그러나 입주권은 일반분양에 비해 자금 부담이 큰 게 단점이다. 대치동 청실 84㎡형 입주권을 사려면 당장 현금 9억원가량이 있어야 한다. 나머지 2억원은 추가분담금(새 아파트 입주 때 추가로 내는 돈)으로 입주 때까지 대여섯 차례 나눠 낼 수 있다. 이 아파트를 일반분양 받는다면 3년여간 분양가를 계약금(20%)·중도금(60%)·잔금(20%)으로 나눠 낸다. 중도금은 대개 대출이 되므로 분양가가 11억5000만원이라면 당장은 계약금 2억3000만원만 있으면 된다.

 분양대행회사인 세중코리아의 김학권 사장은 “계약금 정액제나 중도금 무이자 등의 금융 혜택을 받을 경우 자금 부담은 더 줄어든다”고 말했다.

 입주권의 경우 입주 후 예상치 못한 추가분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경기도 성남시의 한 재개발 단지는 일반분양 물량이 대거 미분양되자 할인분양에 나서면서 추가분담금이 가구당 1억원가량 늘기도 했다.

 4·1부동산 대책에 따른 6억원 이하거나 전용 85㎡ 이하의 양도세 감면이 일반분양분에만 적용된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입주권은 주택이라기보다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여서 양도세 감면 혜택이 없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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