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분신사태 한달] 손배訴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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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두산중공업 파업사태를 계기로 회사 측이 노조와 노조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 신청이 도마에 올랐다.

노조의 불법 파업 등으로 회사가 손해를 입었을 경우 사측이 그것을 보전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말 현재 손해배상.가압류 규모는 50개 사업장에 2천2백23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최근 발표했다.

지난해 6월 말 1천2백53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7개월새 1천억원 가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심지어 친지와 보증인들의 재산까지 가압류한 사례도 있다고 민주노총은 밝혔다.

노동계 등은 이를 새로운 노동탄압 수단이자 '신판 연좌제'로 규정한다. 사측이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노조와 노조원의 경제적 취약성을 파고들어 악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계의 생각은 다르다. 손배소송과 가압류 신청은 노조가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을 경우 사측이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맞선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김영배 전무는 "가압류 수단마저 없으면 파업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힐 수 있는 권리를 가진 노조에 경영계가 일방적으로 끌려갈 것"이라며 "이럴 경우 누가 회사를 운영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동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우선 노동조합법을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영선 변호사는 "현행 노조법은 쟁의행위의 요건을 너무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노조가 쟁의요건을 모두 갖추기는 불가능하고, 이 때문에 대부분의 쟁의행위가 불법으로 규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조항이 결국 사측이 손배.가압류를 남발케 하는 원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도 직접적인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지 않은 경우 노동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원의 가족과 친지에게까지 손해를 배상시키는 것도 문제다. 이 경우 사실상 노조원의 가족관계를 파괴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조에 책임을 묻기 위해 노조비를 가압류하는 것과 관련해 어느 정도 상한선을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조비의 50% 정도를 가압류해 노조활동에 숨통을 틔워주고 계속 협의해 나가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고 노사가 함께 가는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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