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정책 불안감부터 떨치지 않고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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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주 증권사 객장에서는 "로또나 하자"는 말이 인사처럼 돼버렸다. 손해만 주는 주식보다 차라리 통계학적 당첨 확률이 '0%'에 가까운 로또에 기대를 걸어보자는 것이다.

그만큼 시장을 냉소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한 주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2.4% 하락, 570선으로 떨어졌고 코스닥지수 역시 42.77까지 하락해 사상 최저치(42.52)를 위협했으니 그런 반응이 나올 만도 하다.

이번주에도 시장은 지난 주와 유사하게 움직이며 바닥 확인 작업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 550~560선을 1차 저지선으로 보고 있다. 옵션 만기일(13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매로 인한 가격 진폭이 커지고,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와 SK텔레콤 같은 시장 대표주를 추가로 손절매(로스컷)할 가능성도 크다.

주식시장이 이처럼 맥을 못추는 이유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북핵 문제, 미.이라크간 전쟁 임박과 같은 대외적인 요인에다가 최근 들어 2천억원 대북 지원,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감까지 가세했다.

대외적인 요인은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 하지만 국내 문제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가 오르려면 3백7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 중 일부가 시장에 유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정책 불안감 및 갈등 요인 해소가 꼽히고 있다. 시장 친화적인 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여 돈을 가진 사람들의 불안감을 없애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에 대한 정부 입장도 보다 분명해져야 한다. 주가는 경기보다 앞서 움직인다는 게 경제학 교과서의 설명이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주가는 경기가 좋아질 때는 앞서서 올랐지만 경기가 나빠질 때는 바닥을 확인하고도 1~4개월 동안 횡보를 거듭했다. 경기가 나빠질 때는 회복기에 들어섰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주식투자를 자제했기 때문이다.

입춘이 지난 지 만 1주가 됐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대통령 취임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시장이 보내는 신호와 투자자들의 마음을 읽는 정부의 노력이 아쉽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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