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국제사회 중추, 더 큰 역할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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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패터슨

“한국은 국제사회의 중추적(pivotal) 국가입니다. 국제무대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 호주대사관에서 만난 윌리엄 패터슨(64) 주한 호주 대사는 “한국과 호주의 연대와 협력이 국제사회를 평화와 번영으로 이끄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자유 민주주의라는 가치 체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한국과 호주가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도네시아·태국·터키·멕시코 등 다른 중진국들과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패터슨 대사는 “한국은 미·중·일·러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지만 한반도나 동북아시아에 머물지 않고 국제적 역할을 감당할 만한 능력과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수출 경쟁력과 역동적인 경제, 녹색성장 능력 등이 한국의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호주가 2인(人) 3각(脚)의 긴밀한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은 미국을 앞선 호주의 3대 교역 대상국”이라며 “한반도 안보가 불안해지면 한국뿐 아니라 호주의 2대 교역국인 중국·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이 격랑에 휘말려 한·호주 교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호주가 올 3월 ‘키리졸브 한·미 연합훈련’에 군함과 병력을 파견한 것도 한반도에 대한 호주의 관심을 반영한다고 패터슨 대사는 설명했다. 그는 “한국전에도 호주 군인 1만7000여 명이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 339명이 사망하고 1200여 명이 부상했다”며 “다음 달 한국전 정전 60주년(7월 27일)을 맞아 참전 용사들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호주 외교부 내 손꼽히는 테러 전문가로 북한·몽골 대사를 겸임하는 그는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일종의 허세”라며 “막강한 한국군 전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미군 전력을 감안하면 북한의 남한 공격은 자살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북한의 전쟁 위협에 한국인들이 너무 태평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한국전 이후 60년간 북한의 위협 속에 살아야 했던 한국인들이 평소와 다름 없는 삶을 살아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예측할 수 없는 나라인 만큼 북한의 위협에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패터슨 대사는 한국·호주 간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타결을 희망했다. “FTA가 맺어지면 한국산 자동차가 무관세로 통관되는 등 한국 상품의 호주 시장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남반구에 있는 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여서 한국 소비자들이 다양한 상품을 즐길 수 있게 될 겁니다.”

글=정재홍,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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