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로 뭉친 맨손의 항거를 우리는 압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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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펜·클럽」은 7일 소련의 무력침략에 신음하는「체코」작가에게 격려문을 보낸다. 앞서「체코」「펜·클럽」으로부터 호소문을 접한 한국「펜」은 이 격려문을「런던」「펜」본부를 통하여「체코」에전하는 한편 세계각국「펜·클럽」에 전달, 자유를 향한 항쟁의 승리를 위하여 모든 작가의 협조를 다짐한다. 다음은 한국「펜」부회장 모윤숙여사에 의해 작성된 격려문의 전문이다.

<회신전문>
「체코·펜·클럽」여러분!「프라하·펜」사무국장「카틀레치코바」여사의 이름으로 보내온 호소문을 막 읽었습니다. 바로 지금 약탈자들의 후안무치의 행진을 보는듯합니다.
비통한「프라하」시민들의 통곡소리가 역력히 우리귀에도 들려오고 있읍니다.
울면서 쓰신 여러분의호소를 눈물로 읽었읍니다.
문득 우리는 18년전 서울에 침범했던 꼭 같은소련「탱크」의 육중한 바퀴소리를 다시 들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땅속으로 숨어 들어가듯이 우리나라의 유능한 작가들도 그때 그렇게 숨었던 일을 생생하게 지금 다시 상기합니다. 우리는 그때 많은 지식인과 작가 순진한 시민들을 공산군에 빼앗겼읍니다.
그들은 지금 저 이북 어느지대에서 세계의 아무도 모르게 죽어갔거나 갇혀있습니다. 같은 공산권내에서도 그처럼 참혹한 일을 당하거든 18년전 우리가 당했던 피의 숙청은 상상이나 할수 있겠읍니까?
통곡마저 죽어버린 우리조국의 북쪽하늘을 거쳐 여러분의 울음소리는 우리귀에 이처럼 생생하게 울려옵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같은 적을 향해 저항합니다.
많은 한국의 시민들은「플래카드」를 들고 같은 목소리로「체코」여! 일어나라! 소련「탱크」여물러가라! 하고 큰 광장에서 혹은 거리에서 외쳤습니다. 그것은 한국인들의 진심어린 피의 함성이었읍니다.
「체코」작가 여러분! 작년「아비잔」총회에서「유리·다니엘」과「스납스키」등 여러작가들을 석방하라고 소련 정부에 결의문을 발송했듯이 한국「펜」에서도 이번 소련 최고 간부회의장「니콜라이·포드고르니」에게 체포된 여러분을 곧석방하라는 전문을 보냈읍니다.
여러분의 항쟁은, 여러분의 지성은,그 불굴의 투쟁은, 결단코 저 비열하고 열등의식의 신호인 저들의 기관총에 눌리지 않았습니다. 맨주먹과 맨몸으로 지하에서 세계「펜」동지를 부르는 여러분의 목소리는 한국이기에 더간절히 가슴에 파도쳐 옵니다. 우리도 그때 피비린내 나는 침범과 약탈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여러분처럼 우리들도 산속에서 강기슭에서 땅굴속에서 울어야했읍니다.
친애하는「체코」작가여러분! 2천어선언도 여러분의 창의에서 이루어졌음을 알았습니다. 「펜」총회대표로 오셨던「무차지리」씨는 어찌되었읍니까?
궁금합니다.
자유세계의모든 작가는지금 여러분의 적이 즉우리자신의 적임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의눈물속에 메아리쳐 오는 항거와 주장이 바로 우리들의 항거와 주장에 일치하고 있음을 말하고싶습니다.
「펜·클럽」회원여러분! 기아와방랑이 혹은 모진수용소의 고문이 지금 여러분을 인간이하의 푸대접 속으로 몰아가고 있음을 경험으로 잘 압니다. 여러분상호의 연결마저 두절된, 황량하고도 처절한 우리안의 여러분은 지금 신음하고 있음을 압니다.
저들은 지금 당신들을 불의의 권력안에 어떤 안이한 소모품으로 주저 앉히기 위한 흉계를 꾸미고 있읍니다.
저 잔인한 군화와 포탄이 돌이나「시멘트」로이루어진 길과「빌딩」들을무너뜨릴수 있겠지요.그러나 작가의 영혼속에 머물러있는 생존의 본능-그것은파괴할수 없읍니다.
우리는『어찌합니까?』라는 절망의 어구를 보내지 않겠습니다. 용기있게 뭉친 여러분의 맨손들이 진실을 위하여 하늘높이 솟았을 때 세계의 손길은 하나하나같이 합해질것입니다.아무두려움없이, 후퇴함이 없이.
「유다」의「키스」를-,그달콤한「유다」의 입술을 조심하시길 바라며.
한국「펜·클럽」에서 모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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