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실 마련하니 무슬림 손님 '우르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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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가평군 식당에 마련된 무슬림 기도실.

경기도 가평군 읍내리의 닭갈비 음식점 ‘남이옥’. 이곳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다. 히잡이나 터번을 쓴 무슬림(이슬람교도) 관광객도 많다. 일대에서 유일하게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된 닭들을 사용하는 할랄(halal)식당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개업을 했을 때만 해도 손님이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더 많았다. 그러다 5월 경기관광공사의 제안으로 식당 안에 16.5㎡ 규모의 기도실을 만들고나서부터 관광객들이 찾 기 시작했다. 이슬람교도들은 매일 다섯 차례 기도를 한다. 사장 장창민(38)씨는 “예전에는 할랄식당임에도 우리 식당을 찾는 무슬림 수가 1주일에 15명 정도였다”며 “현재는 기도실을 이용하는 사람만 하루 평균 20~30명이 넘을 정도로 손님 수가 늘었다”고 했다.

 경기도가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16억 명에 이르는 무슬림 인구 가운데 다수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남아시아에 살고 있어 상대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기에 수월하기 때문이다. 경기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1114만여 명이다. 이 중 4.4%인 166만4074명이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는 나라에서 왔다. 특히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만 각각 17만 명과 14만 명이 방문했다. 이들 중 42%가 경기도를 방문했다.

 문제는 이들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기도실이 설치된 곳은 용인 에버랜드와 한국민속촌, 가평 쁘띠프랑스, 파주 스킨애니버셔리 등 5곳에 지나지 않는다. 경기도는 최근 이들 기관에 현판과 기도 안내판, 양탄자 등의 기도 용품을 제공했다. 올해 연말까지는 이런 무슬림 기도실을 1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관광지뿐 아니라 도내 병원 등에도 무슬림 환자 유치를 위한 관광정보 등을 제공하고 기도실을 설치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안산·수원·성남 등 도내 5곳밖에 없는 할랄 음식점 수도 늘려나가는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최대 축제·연휴인 ‘르바란(7월 말~8월 초)’ 기간 중에는 경기도 해외 마케팅협의체(GOMPA)와 공동으로 인도네시아 관광객 환대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 황준기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한국을 찾는 이슬람교도들이 마음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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