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년 마치면 로스쿨 입학 자격 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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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는 대학 2년을 마치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자격을 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로스쿨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로스쿨은 2008년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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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 관계자는 31일 "그동안 변협이 조직이기주의 차원에서 로스쿨을 반대한다는 오해를 받아왔다"며 "로스쿨 제도가 올바로 정착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개선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변협은 3월 초 구성한 로스쿨대책특별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 조만간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변협의 개선안은 2월 취임한 천기흥 변협 회장이 정부가 추진 중인 로스쿨 방안을 강하게 비난한 뒤 나온 것이다. 개선안은 구속력이 없으나 천 회장 취임 후 변협의 첫 공식 입장이어서 로스쿨 도입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개추위는 내년 3월 대학들의 로스쿨 설립 신청을 받아 2007년 말 첫 신입생을 뽑을 계획이다.

변협의 개선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학에서 2년 동안 공부하면 로스쿨 입학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사 학위 소지자에게 응시 자격을 주자는 사개추위의 안과 거리가 있다. 미국은 학부 졸업생에 한해 로스쿨 입학을 허가하고 있다.

변협 관계자는 "대학 4년을 마친 뒤 로스쿨에 입학하면 법조인이 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저소득층이 오랜 기간 학비를 대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대학에서 2년간 공부하면 로스쿨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선안은 또 로스쿨 졸업 후 로펌(법률회사).변호사 사무실 등에서 1년 동안 실무 연수를 해야만 변호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로스쿨 정원과 관련, 변협은 "국내의 법률 시장 규모로 볼 때 600여 명이 적정하다"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2000~3000명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변협은 또 로스쿨을 대학별로 인가하는 방안보다는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 등 지역별로 1개씩 설립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역별로 로스쿨을 설치하면 대학 간 공조가 가능하고, 로스쿨 유치를 위한 대학의 과열 경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변협의 설명이다.

반면 김갑배 변호사는 "대학에서 2년간 공부한 학생에게 입학 자격을 주는 것은 다양한 전공을 가진 법률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로스쿨 제도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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